여럿이 대화하듯 음성 채팅하는 SNS
코로나19 속 네트워킹·만남 욕구 채워줘 인기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인들도 소통 나서

셀럽 위주 구조에 아이폰만 사용 가능
시·청각 장애인은 아예 배제돼
수익모델 부재·개인정보 유출 불안도

화제의 SNS ‘클럽하우스’는 여럿이 대화하듯 음성 채팅하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된 사람들 간 만남, 네트워킹 욕구를 채워줘 인기다. 기자도 평소 만나기 힘든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성신문
화제의 SNS ‘클럽하우스’는 여럿이 대화하듯 음성 채팅하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된 사람들 간 만남, 네트워킹 욕구를 채워줘 인기다. 기자도 평소 만나기 힘든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성신문

지난 6일 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클럽하우스’ 채팅방에 떴다. 시민들과 자신의 의정활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10일,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캠프의 여성 참모들이 채팅방을 열었다. 치열했던 미 대선 뒷이야기, 미국 최초 여성 부통령 탄생 의의, 미국 사회 갈등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클라라디스 랜드리 바이든-해리스 선거본부 인권·다양성·통합 부문 캠페인 디렉터, 애슐리-디올 토마스 전 상원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 션 라드 틴더 CEO 등도 자주 채팅에 참여한다. 이들은 11일 채팅방을 열고 스타트업 마케팅·인사·재무 실무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조언을 전했다.

요즘 초미의 관심사,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다. 여럿이 대화하듯 음성 채팅하는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된 사람들 간 네트워킹, 만남 욕구를 채워줘 인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등 국내외 IT·미디어·테크업계 리더들이 일찍 뛰어들었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 가수 김동완·바다·스윙스·호란 씨 등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클럽하우스 앱 ⓒ앱스토어 캡처
클럽하우스 앱 ⓒ앱스토어 캡처

클럽하우스는 구글 출신 로언 세스와 미국 스탠퍼드대 동창생인 폴 데이비슨이 지난해 4월 창업한 스타트업 ‘알파익스플로레이션’이 개발했다. 이용자는 이달 1일 기준 200만명에 달한다. 알파익스플로레이션 기업가치도 지난해 1억 달러(약 1100억원)에서 최근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로 올랐다. 영상 SNS 플랫폼 ‘틱톡’에 비견할 만한 무서운 성장세다.

이용법이 쉽다. 가입하자마자 경제, 네트워킹, 스포츠, 예술, 웰빙,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방을 개설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말할 수도, 팟캐스트처럼 듣기만 할 수도 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로만 소통해 ‘줌’ 등 영상통화 서비스보다 부담이 덜하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여러 대화방을 오가면서 다양한 주제를 탐색할 수 있다. 

가장 큰 매력은 미디어나 강연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유명인사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고, 적어도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운이 좋다면 유료 강연이나 세미나에서도 접하기 어려울 듯한 정보와 조언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들을 수 있다.

기자도 지난 일주일간 우연히 수많은 유명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시국에 도무지 만날 수 없는 해외 인사들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엔젤투자자 나발 라비칸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 저커버그미디어 CEO, 마크 랜돌프 넷플릭스 창업자, 숀 라드 틴더 CEO, 구글 인공지능(AI) 연구자 엑스(X. EYEÉ), 카트리나 콜 포커스브랜드그룹 CEO, 하워드 막스 액티비전 공동창업자.... 이렇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청년 창업가들이 궁금해하는 마케팅·인사·재무 실무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모습, 일반인들과 AI 윤리, 젠더, 코로나19 위기 등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어로만 소통했음에도 이들의 채팅방은 보통 순식간에 정원 5000명이 꽉 찰 정도로 인기였다.

클럽하우스는 한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채팅방을 열고 시민들과 소통했다.  ⓒ클럽하우스 화면 캡처
클럽하우스는 한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채팅방을 열고 시민들과 소통했다. ⓒ클럽하우스 화면 캡처

한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소통 플랫폼이다. 그동안 장 의원을 시작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이 클럽하우스 채팅방을 열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클럽하우스는 유명인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열린 소통을 하겠다더니 자기 할 말만 하고 반론은 차단해서 ‘꼰대’ 소리를 들었던 모 대기업 임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면 말을 더듬거나 건너뛰고, 설득보다는 논리적 비약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인 모 스타트업 CEO 등이 이용자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이 열린다. 구글 인공지능(AI) 연구자 엑스(X. EYEÉ)가 AI와 젠더를 주제로 일종의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비건 생활에 관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은 ‘번아웃’ 관련 고민을 나누는 채팅방을 꾸준히 열고 있다. ⓒ클럽하우스 화면 캡처
클럽하우스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이 열린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분야의 권위자인 구글 연구자 엑스(X. EYEÉ)가 AI와 젠더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하고,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비건 생활에 관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은 ‘번아웃’ 관련 고민을 나누는 채팅방을 꾸준히 열고 있다. ⓒ클럽하우스 화면 캡처

진지한 이야기만 오가는 곳은 아니다. 노래방처럼 각자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돌아가면서 부르거나 흥이 오르면 ‘떼창’하는 방, 성대모사 개인기를 뽐내는 방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 호란 씨는 종종 늦은 밤 ‘자장가 들려주는 방’을 열고 노래를 들려준다. 누구나 자신의 노래, 연주, 성대모사 등 개인기를 뽐낼 수 있는 ‘오픈 마이크’ 방도 자주 열린다.

개개인의 고민이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주연 마인드맨션 원장은 ‘번아웃’ 관련 고민을 나누는 채팅방을 꾸준히 열고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과 심리상담 전문가 등 다양한 이들이 모여 서로 공감하고 위로한다. 성소수자 모임방에서는 학교나 사회생활 중 겪은 차별을 이야기하며 분노하고, 힘든 시기지만 잘 살자며 다독이는 말들이 오갔다. 한국에 사는 흑인들이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가면서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방도 있었다. 반려동물, 비건 생활,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가고 싶은 여행지 등 그때그때 다양한 주제로 대화방이 열린다. 

셀럽 위주 구조에 아이폰만 사용 가능
시·청각 장애인은 아예 배제돼
수익모델 부재·개인정보 유출 불안도

아쉬움도 있다. 폐쇄적·배제적인 구조가 지닌 한계가 분명하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사실상 앱 사용이 불가능하다. 기존 가입자의 초대장이나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어서, 인맥이 넓은 ‘셀럽’이 아니라면 애초에 클럽하우스에 들어오기 어렵다.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는 것도 한계다.

개인정보 보호 면에서는 더 문제가 많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 등을 발급하기 위해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연락처 정보, 주소록을 활용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이용자들이 주고받은 대화나 상호작용 기록도 모두 수집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클럽하우스 내 대화 녹음 기능이 없고, 대화 기록이나 참여자 등도 남지 않아서 폭언,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발언 등을 해도 증거를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다. 앱 내 광고를 게시하거나 유료 회원 서비스를 따로 내놓지도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기업과 이용자 모두 돈을 벌 수단이 없지만, 차차 확장하면서 ‘인플루언서’ 중심의 유료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른 이용자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을 지닌 여성 4명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어지는 기사▶ 스타트업 리더·인권운동가...4인4색 클럽하우스 후기 www.womennews.co.kr/news/20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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