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미러』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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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페미니즘, 정체성에 관한 명민한 통찰을 담은 9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1988년생 ‘밀레니얼’인 지아 톨렌티노 뉴요커 기자의 작가 데뷔작이다.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파리 리뷰 등 여러 매체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톨렌티노를 “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이라고 극찬했다.

『트릭 미러』를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인터넷’이다. 저자는 인터넷을 최초로 접했던 1999년을 회고하는 것에서 시작해 ‘온라인 환경’의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보이는 것, 성취 과시 등 ‘온라인 자아’의 특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유명한 여성의 삶은 인기, 돈, 권력이라는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평범한 여성의 삶은 대부분 계층, 교육, 주택 시장, 노동 형태 같은 생활적인 부분에 의해 지배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페미니즘이 새로운 감옥에 갇혀버렸다고 주장한다. 주류 페미니즘은 몸에 대한 긍정을 강조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 기존의 편협한 미의 기준 대신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과 ‘최적화’를 향한 부추김, 그리고 자아의 끊임없는 상품화 현상이 나타났다. 

제목인 ‘트릭 미러’는 왜곡이 있는 거울을 뜻한다. 온라인이 비대해진 세상에서 자기기만이 일상에 끼어들 여지는 점점 커지고,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이 점점 나뉘면서 왜곡이 강화된다는 뜻을 담았다. 저자는 그 한복판에 자기 자신이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지아 톨렌티노/노지양 옮김/생각의힘/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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