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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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사상가, 20세기 여성 해방 운동의 선구자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을 다룬 전기다.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무명의 철학 교사가 어떻게 전 세계 여성의 삶에 변혁을 일으킨 ‘페미니즘 고전’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한다. 

보부아르의 대표작 『제2의 성』은 프랑스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 4년밖에 안 됐던 1949년 출간됐다. 당시 가부장적인 프랑스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참정권 획득 이후 ‘이제 여성은 무엇을 바랄 것인가?’를 두고 변화의 기로에 선 서구 여성주의 운동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다. 여성이 돼 가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문화적 성(gender)을 구분하는 현대 페미니즘 철학의 초석을 세운 것이다. 

문학적 자질이 의심된다며 비난도 받았지만, 그동안 금기시됐던 여성의 솔직한 경험을 다룬 전례 없는 저작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케이트 밀릿, 슐라마스 파이어스톤, 베티 프리던 등 후대 페미니스트들은 이 책에 힘입어 1960년대 성 혁명을 일으켰다. 보부아르를 통해 많은 여성은 아내나 어머니로 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꿈꿀 수 있었다.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간의 파격적인 관계는 유명하다. 둘은 서로를 가장 중요한 상대로 여기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계약을 맺었고, 51년 동안 삶과 사유의 동지로 함께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보부아르는 자신의 업적보다 사르트르와의 관계로 더 기억돼왔다. 이 전기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의한다. 저자인 케이트 커크패트릭 옥스퍼드대학 철학·윤리학 교수는 최근 공개된 보부아르의 일기, 편지, 논평, 인터뷰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보부아르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을 꾸준히 전개해왔음을 보여준다. 588쪽에 달하는 묵직한 양장본이다. 

케이트 커크패트릭/이세진 옮김/교양인/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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