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죄질이 좋지 않다" 판단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프로 바둑기사를 스토킹한 혐의의 40대 남성이 항소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프로 바둑기사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4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는 상당한 기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며 "지난해 4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운영하는 바둑학원에 가지 않고 피해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계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를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협박하는 범죄는 피해자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수사와 재판 등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가 보복협박 범행 당시 건물 옥상으로 피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는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당했고 신변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설 경호원까지 고용했으며, 업무방해 범행 등으로 입은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며 "피해자가 정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고, 정씨가 동종 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3회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씨가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위험한 물건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씨는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는 등 정신장애 3급 장애인으로, 현재 구치소에서 약물치료로 증상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1층 출입문 건물 외벽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협박한 혐의도 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여러 차례 피해자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안에 들어가거나, 건물 밖에서 피해자를 협박하고 소란을 피운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같은 달 피해자가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협박성 댓글을 남겼다고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관련 기사 ▶ 여성 바둑기사 1년간 스토킹한 40대 남성, 징역 2년 선고 "스토킹 처벌법 필요"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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