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도 권고기준 지키지 않은 보도 쏟아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립미술관 공무원 A씨의 사망 보도에 사망원인을 추측해 쓴 기사가 난무하다.

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시 소속 공무원 A씨가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 중인 주무관 A씨가 이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망소식은 8일 세계일보 단독 보도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단독] 20대 서울시 공무원 극단적 선택...경찰 조사 중’ 제하 기사에서 사망 원인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서울시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언론사들은 세계일보 기사를 그대로 받아 A씨의 사망 원인을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언급했다. B매체는 ‘7급 공무원 사망, 극단적 선택...‘직장 내 괴롭힘’ 때문?’, C매체는 ‘서울시 7급 공무원, 숨진 채 발견...‘직장 내 괴롭힘’ 때문?’, D매체는 ‘서울시 7급 공무원 숨진 채 발견...‘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으로 기사 제목을 뽑았다.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자 유가족은 서울시를 통해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9일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날 발생한 서울시 직원 사망 사건 보도와 관련해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경찰이 이번 사건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고인의 경력 등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요소, 근거 없는 억측 등이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보면 자살 사건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으며, 자살 사건은 사진이나 영상 자료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1시 경 사망자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로 확인되자 다수의 언론사는 A씨의 출연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도하고 있다. E매체는 ‘서울시립미술관 7급 공무원 사망, ‘유퀴즈’ 김 주무관에 쏠리는 관심...“추측에 불과”’, F매체는 ‘유 퀴즈’ 출연한 7급 공무원 사망설’ 등으로 기사를 냈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은 자살 동기에 대한 단편적이고 단정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이를 보도해서는 안 되며 자살한 사람의 사진 넣기는 피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자살 보도를 해야 하며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다음은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 전문.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

전문

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릅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은 자살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언론과 개인이 자살예방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자 마련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와 경찰과 소방 등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 계정(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유의 해야 하는 기준입니다.

잘못된 자살보도는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살보도는 모방자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살의 동기나 방법, 도구, 구체적인 장소 등을 보도하면 막연하게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 또는 장소에서 자살을 실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습니다. 자살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자살을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보도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자살보도 방식을 바꾸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발표 이후 언론의 자살보도 방식이 변화하면서 자살률은 꾸준히 감소하였습니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활동을 소개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

1. 기사 제목에'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사망','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

4.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연락하면 자살 예방 정보 및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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