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나 실속없는 한국판 그린뉴딜...당사자인 청년들이 나서자
화려하나 실속없는 한국판 그린뉴딜...당사자인 청년들이 나서자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2.08 22:00
  • 수정 2021-02-15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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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흐름 맞춰 탄소중립 선언했지만
구체적 목표도 로드맵도 없어”
여성 정치인·시민사회 운동가들 입 모아 비판
정부에 실질적인 논의·대책 주문
“기후위기 당사자인 1030 청년들이
공론장 만들고 모여서 논의 주도해야”
2019년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촉구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9년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촉구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요즘 국제사회의 핫이슈다. 저탄소·친환경을 목표로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을 뜻하는 그린뉴딜이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여나가는 한편,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속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슬로건은 있지만 콘텐츠가 없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자세히 보면 국가 체질 변화보다 대기업 지원 중심의 경기부양책, 신산업 육성에 더 무게를 뒀다. 정치적 의지도 실천도 부족하다.”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 소장)

여성 정치인과 시민사회 운동가들은 정부에 실질적인 그린뉴딜 성과를 위한 논의와 대책을 주문했다. 기후위기 당사자인 1030 청년들이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8일 ‘2021 평창포럼’의 하나로 열린, ‘한반도 생태문명을 향한 비전과 과제’ 동시세션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해당 세션은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가 기획했고,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021 평창포럼’ 동시세션 ‘한반도 생태문명을 향한 비전과 과제’ 현장. (왼쪽부터) 신지예 젠더폴리틱스연구소 대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 이나경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평창포럼 중계 영상 캡처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021 평창포럼’ 동시세션 ‘한반도 생태문명을 향한 비전과 과제’ 현장. (왼쪽부터) 신지예 젠더폴리틱스연구소 소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 이나경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평창포럼 중계 영상 캡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자료&nbsp;<br>
2020년 7월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자료. 2025년까지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국가 대전환 사업이다. 저탄소·친환경 ‘그린뉴딜’이 그 한 축이다.

정부의 그린뉴딜 내용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온실가스를 국제사회 권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자세한 목표도 실행방안도 없다, 새로운 일자리만 강조하고 사라지는 일자리 언급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린뉴딜이 기업과 기득권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정책에 그칠까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탄소중립 전환비용이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훼손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반지하·옥탑방·비닐하우스에 살면서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는 사람들, 기후변화로 닥칠 미래를 상상할 수 없어서 계획조차 세우기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권리는 누가 챙겨주나?” (이나경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악당’으로 불린다. 경제산업 수준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게으르다는 평가다. 2019년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다(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 2020).  

2020년 6월 22일(현지시각)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전면광고.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호주 마켓포시즈, 인도네시아 왈히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이 낸 광고로, 한국 정부의 해외 석탄사업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
2020년 6월 22일(현지시각)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전면광고.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호주 마켓포시즈, 인도네시아 왈히 등 9개 국제환경단체들이 낸 광고로, 한국 정부의 해외 석탄사업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가들은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선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져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인류는 멸종 위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한국은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권고에 따라 2030년 탄소 배출량을 3억1128만t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전환이 필수인데, 이는 기존 일자리의 소멸을 포함한 사회적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갈등과 고통이 따를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점에서 한국의 그린뉴딜에 사회적 불평등 해소 전략 등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저렴한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석탄화력발전 종사자와 그들에게 의존한 삶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갈등을 겪겠나.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분담·극복할지 구체적인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영업이익이나 소득이 크게 늘어난 대기업·고소득자에 2년 동안 세금을 5%P 더 부과하자는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으로 닥칠 위기에도 사회연대 정신으로 대응할 토대를 만들자는 게 입법 취지다. 지방정부, 국회, 시민들 사이에서 이런 논의를 늘려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려면 우리 개개인의 역할도 크다.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꿀 때다. 화석에너지 소비와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달라질 미래의 키워드는 ‘일상의 평등’이다. 근거리 생활권을 조성해 자동차보다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유모차, 휠체어도 다니기 편한 도시 공간은 모두에게 좋다. 과도한 육식 문화를 자제하면 생명 상품화와 탄소 배출의 주범인 축산업계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시민사회 운동가들
정부에 실질적인 그린뉴딜 논의·대책 주문
“기후위기 당사자인 1030 청년들이
공론장 만들고 모여서 논의 주도해야”

미국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Sunrise Movement)’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평등을 없애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Sunrise Movement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Sunrise Movement)’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평등을 없애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Sunrise Movement 페이스북 캡처
청소년기후행동이 2020년 11월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청소년기후행동이 2020년 11월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참석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의 방향과 구체적 계획을 논의할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2018년 뉴욕에서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Sunrise Movement)’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 불평등 해소, 일자리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내세우며 그 해법으로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신 대표는 이를 언급하면서 “한국도 기후위기를 겪는 당사자인 1030 청년들을 세력화하고, 공론장을 만들어 구체적인 목소리를 모으고 계획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청소년들에게 기후변화는 실존에 대한 위협이다. 냉난방 지원 같은 시혜적 접근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 청소년들 중에는 너무 거대한 문제라서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기성세대와의 온도 차를 겪으며 ‘기후우울증’에 빠진 이들도 많다. 그럴수록 더 모여서 공부하고 행동해야만 무력함을 떨치고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주의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안 사무국장은 “불평등을 경험해본 사람들, 평등한 일상이 절실한 사람들, 사회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주체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여성주의 정치, 여성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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