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기교육 20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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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국제유아교육심포지엄에 참석한 유아교육자들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발달 상태 고려 없는 조기교육 문제

부모 스스로 자녀지도 자신감 길러야

서울 강남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오르고, 모 TV 홈쇼핑의 이민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면에 언제나 등장하는 원인은 '교육'이다. 유니세프에서는 지난 1999년에 한국의 지나친 과열 경쟁이 어린이 교육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분석한 2003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교육비가 연간 30조 원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고등교육 경쟁력은 조사 대상 59개국 가운데 57위라고 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의 조기교육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인 데 비해 실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 달 30일 서남재단 주최로 국제 유아교육 심포지엄이 열렸다. 3일 동안 진행된 심포지엄의 첫 주제는 조기교육 논쟁과 진단. 이 자리에서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한국의 조기교육 과열 배경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이루어진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핵가족화와 출산율 저하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부모들은 소수 자녀에게 집중 투자를 했다. 또한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사교육을 낳고 좋은 대학 입학은 상류 계층 이동이라는 사회적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했다.

우 교수는 이런 사회경제적 배경 외에도 한국인의 높다 못해 뜨거운 이상 교육열,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집단 동조성, 한국 부모들의 조급성을 지적했다.

조기교육 효과, 세밀한 분석 필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조기교육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80년대 전후다. 초창기 조기교육은 중·상류층이 아이를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다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며 많은 학부모가 취학 전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는 일부 상류층에서 시행되던 조기교육이 일반 계층에까지 퍼져 학원이나 가정 중심의 특기·과외 교육의 형태로 자리잡혀갔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의 조기교육이 과열 교육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결국 과열된 조기교육은 교육의 비효율성, 정규 교육의 위상 실추, 경제적 부담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더구나 아이의 발달 상태, 흥미, 소질을 고려하지 않고 실시해 교육학자들이 비판을 퍼붓게 됐다.

우 교수는 “최근 들어 조기교육으로 인한 아동의 병리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이제는 조기교육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조기교육을 바로잡아갈 강력한 무엇인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조기교육 흐름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명목의 '영어 교육'이다. 기존의 기초 학습과 예능 중심이던 조기교육 시장에 영어가 가세하며 조기교육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강남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원장 말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만 5세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생후 1개월 된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반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조기 외국어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영어 교육은 사설학원도 모자라 조기 유학을 부채질하는 이상한 현상을 빚기도 한다. 우 교수는 한국의 조기교육 흐름을 조목조목 짚으며 “현재 과열로 치닫고 있는 조기교육이나 조기 유학의 큰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의 정확한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조기교육은 경제적 부담만 더해준다. 학원이나 유학 안내소 들의 허위·과대 광고를 철저히 규제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강조한다.

또한 “조기교육은 가정에서 부모가 자연스럽게 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부모 스스로 자녀를 지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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