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난입 사건 당시 공포 설명하며
과거 성폭력 피해 경험 고백
“‘잊고 넘어가자’는 말은 성폭력범들이 쓰는 수법”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 미국 하원의원이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경험과 과거 성폭력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인스타그램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 하원의원이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경험과 과거 성폭력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인스타그램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 민주당 하원의원이 1일(현지시각) 온라인 개인 방송에서 성폭력 생존자임을 밝혔다.

2일 CNN 방송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1일 밤 15만명 이상이 시청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지난달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일으킨 폭동 미수 사건 당시 경험담을 얘기하며 과거 성폭력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그는 의사당 난입 사건 당일 “어떤 남성이 내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발로 차며 ‘오카시오-코르테스 어딨냐’고 소리 질렀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당시 나는 살해당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그가 폭도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의회 경찰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두려움에 떨며 화장실에 숨었다. 모든 게 끝나는 순간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나는 성폭력 생존자다. 이 말을 한 적은 많지 않지만, 한 트라우마를 겪을 때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 연결된다. 당신이 자격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랐든, 당신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있었든, 당신이 학대 생존자든, 어떤 트라우마를 경험했든 이 사건들은 크든 작든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난입 사건 당시 그는 자신의 몸이 위험 신호에 반응하고 있었지만 트라우마인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의 동료 아야나 프레슬리 의원이 “당신은 트라우마를 겪은 것”이라고 말해줬을 때야 그는 그 경험이 얼마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일으켰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이 7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폭력적인 발언을 한 테드 요호 공화당 하원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회 내 성차별 문화를 비판했다. [워싱턴=AP/뉴시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워싱턴=AP/뉴시스]

그는 “다시는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두지 않을 거다. 이 상황으로 희생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을 거다. 이런 일이 미국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거다”라며 결심을 알렸다.

아울러 그는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이제 ‘그냥 넘어가자’고 하거나 심지어 나에게 사과하라고 한다”며 “그들은 성범죄자들과 같은 전술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또 “내가 성폭력 경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사람들이 ‘이제 넘어가자. 별일 아니다. 지난 일은 잊자’고 말하고 심지어 나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자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바텐더로 일하다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버니 샌더스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서 뉴욕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