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20년] ③ 존폐 논란 속 20년 수난사
세계 191개국 여성정책 전담기구 운영
한국처럼 독립부처 형식은 137개국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스웨덴 등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2010년 3월19일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에서 참석자들과 현판식을 갖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2010 3월 19일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에서 참석자들과 현판식을 갖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여성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나요?’ 여성가족부를 끊임없이 괴롭힌 질문이다. 정답은 ‘아니다’.

현재 세계 191개 국가가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170개국보다 21개국 늘었다. 김복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주경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유엔(UN) 자료를 분석해 2020년 발표한 ‘각국 여성정책추진체계 특성과 양성평등 수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여성정책 전담 기구 형태는 여러 가지다. 한국 여성가족부 처럼 독립부처 형태를 갖춘 나라는 뉴질랜드, 독일,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등 137개국으로 가장 많다. 이 외에 국·과 형태의 하부조직 형태를 갖춘 나라는 미국, 아일랜드, 영국, 일본 등 23개국이며 벨기에, 포르투갈은 위원회 형태로 존재한다. 지난 1995년 UN이 각국에 ‘여성정책전담 국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세계여성행동강령을 채택한 것에 따른 조치다.

 

‘다 여성부 탓’ 루머와 조롱

여성부를 둘러싼 오해와 악의적 루머는 출범 때부터 20년간 이어졌다. 과자 ‘조리퐁’, ‘초코송이’, 게임 ‘테트리스’ 판매와 유통을 여성부가 금지하려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빠 힘내세요 성평등 저해’, ‘주민등록번호 뒷 번호 성차별’처럼 시민이나 문화체육관광부, NGO의 지적이나 요구도 모두 여성부 탓으로 돌린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규제하는 이른바 ‘셧다운제’(2011년) 논란도 마찬가지다. 셧다운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내놓은 ‘청소년 정책’이지만 비난의 화살은 여성가족부로 향했고 부처 폐지론으로 이어졌다.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1999년)에 당시 설치도 안 된 여성가족부가 나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여가부를 넘어 여성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법제도 개선으로 여성 권익이 전보다 나아진 현실을 두고 ‘이미 성평등은 이뤄졌다’고 인식하면서 조롱과 비난은 더욱 커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이다. 성별임금격차는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정권 성향 따라 존폐 위기도

이런 오해는 여성부가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과 조롱으로 이어졌고, 부처 존폐 논란으로도 확산됐다. 실제 여성부는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정부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부처 크기는 늘거나 줄었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는 폐지 위기까지 갔다.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정부 조사통계를 보니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다. 국민들이 왜 이렇게 보는지, 우리 국민들은 굉장히 앞서 나간다고 생각한다”며 폐지를 시사해 논란을 불렀다. 시민들과 여성단체가 결사적으로 폐지를 반대해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당시 예산은 2007년 1조1994억원에서 2008년 539억원으로 1년 만에 95.5% 줄었다. 보육·가족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한 탓이다. ‘초미니’부처로서 실질적으로 여성정책을 전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년 뒤에는 가족 이관 받아 다시 여성가족부가 됐다.

여가부를 향한 비난과 조롱을 확산시킨 데는 언론도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사강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과 홍지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 페미니즘, 여성가족부, 여성혐오’ 논문을 보면 2016년 강남역 사건부터 2018년 미투 운동 기간 동안 성폭력과 여성가족부를 다룬 기사 124개를 분석한 결과, 보수언론 기사들은 여가부를 이기적이거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주체, 무능력한 주체, 존재감이 없는 주체로 재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성가족부를 향한 비판은 성평등정책에 대한 ‘백래시(반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미투’와 ‘혜화역 집회’, 2019년 ‘n번방’ 사건을 겪으며 여성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원순·오거돈 등 광역단체장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가족부는 뒷짐을 졌다는 비판이다. 예산과 인력이 가장 적은 미니 부처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여성가족부가 설립 취지인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찰에서부터 새로운 20년을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은 이유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