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9 친족성폭력 총 3065건 발생
연평균 약 766건 달해
피해 털어놓기까지 보통 10년
공소시효가 걸림돌

지난 4년간 총 3065건. 반인륜적 친족성폭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친족성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하기를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Pixabay
지난 4년간 총 3065건. 반인륜적 친족성폭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친족성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하기를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Pixabay

#1. 5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4월 집에서 술을 마신 뒤 친딸을 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도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2. 50대 남성 B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자신의 딸을 상대로 성폭행, 성추행 등 수십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2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도 1심과 같이 징역 18년형을 내렸다.

반인륜적 친족성폭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성신문이 입수한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총 3065건 발생했다. 연평균 약 766건 일어난 셈인데, 실제 범죄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신문이 1월15일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친족성폭력 발생 건수’ 자료를 보면, 친족성폭력은 △2016년 675건 △2017년 776건 △2018년 855건 △2019년 759건 발생했다. 

여성신문이 1월 15일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친족 성폭력 발생 건수' 자료. ⓒ경찰청

최근 5년간 친족 성폭력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이 매년 500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27일 공개한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15년 520명, 2016년 500명, 2017년 535명, 2018년 578명, 2019년 525명이다. 친족성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하기를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친족 관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해 성폭행을 저지른 경우,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강제추행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온라인 전시 ‘시간을 거스르다’에선 생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간을 거스르다’ 전시 인터뷰 영상 캡처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온라인 전시 ‘시간을 거스르다’에선 생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간을 거스르다’ 전시 인터뷰 영상 캡처

가해자로부터 독립해 피해 털어놓기까지
10년 걸리는데...공소시효가 걸림돌

많은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은 보통 성인이 돼 가해자로부터 독립한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알릴 용기를 낸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2007년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전면 상향 조정되면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7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그러나 가족의 특성상 가해자/피해자의 분리가 어려운 현실, 생존자가 가해자에게 갖는 이중적인 양가감정 등은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든다.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55.2%는 첫 상담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한국성폭력상담소 2019 상담통계)는 통계가 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모임 ‘공폐단단’ 활동을 하고 있는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이매진)의 김영서 작가는 최근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죽어도 피해의 고통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공소시효 폐지를 호소했다.

(관련 기사 ▶ 친족 성폭력 ‘미투’ 후 세상이 꿈틀댔다 www.womennews.co.kr/news/205480)

친족 성폭력 생존자인 푸른나비 활동가도 “친족성폭력은 공소시효 없는 범죄여야만 한다. 2017년까지 성폭력 생존자 자조모임 참석자의 80%~90%가 친족 성폭력 피해자였다. 정말 흔한 일인데, 또래 생존자들은 지금도 말 못 한다. 고소·고발할 힘도, 법적 안전장치도, 가족이란 자원 없이 혼자 살아갈 힘도 없다. 다른 젊은 생존자들이 혼자 힘겹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생존자인 정인 활동가는 “법적 대응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언제라도 생존자가 준비됐을 때 사건을 공론화할 수 있게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아빠의 성폭행, 오빠의 추행... 살아남은 여자들이 세상에 말한다 www.womennews.co.kr/news/203913

지난해 11월엔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온라인 전시도 열렸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족성폭력의 특징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또렷하게 피해자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고통을 준다는 것”이라며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가족 내 성폭력 생존자 9인이 들려준 이야기 www.womennews.co.kr/news/204079)

이번 전시에선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생존자들을 지지하는 연대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시간을 거스르다’ 전시 인터뷰 영상 캡처
이번 전시에선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와 생존자들을 지지하는 연대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시간을 거스르다’ 전시 인터뷰 영상 캡처

새해에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될까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살인, 13세 미만에 대한 성폭력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사례를 들며 이같이 답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1월26일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양 의원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해 가해자를 신고하려 할 때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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