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여사’ 대신 ‘닥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새 역사 쓴다
[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여사’ 대신 ‘닥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새 역사 쓴다
  •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2.04 09:30
  • 수정 2021-02-04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부인 질 바이든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부인 질 바이든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대통령 부인은 보통 ‘퍼스트 레이디 미세스 OOO’으로 부른다. ‘퍼스트 레이디 미세스 클린턴’ 이런 식이다. 제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에게는 여사(Mrs.) 대신 박사(Dr.) 호칭이 붙는다. 본인 요청에 의해 질 바이든은 새로운 영부인 호칭 ‘퍼스트레이디 닥터 바이든(First Lady Dr. Biden)’으로 불리게 됐다. 미국에서는 본인에 대한 호칭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영부인의 이런 요구는 낯설다. 

질 바이든이 ‘닥터 바이든(Dr. Biden)’이라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비판적인 논평이 나왔다. 지난 12월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칼럼니스트 조셉 엡스타인(Joseph Epstein)의 비평을 넘어 여성혐오적 내용의 글이 실렸다. 이 칼럼 제목은 ‘백악관에 의사가 있는가? 의사가 필요하다면 몰라도(Is There a Doctor in the White House? Not if You Need an M.D.)’. 칼럼 부제로는 ‘질 바이든은 사기성 농후한, 심지어 코믹스런 존칭을 떼버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Jill Biden should think about dropping the honorific, which feels fraudulent, even comic)’라고 썼다.

‘닥터 바이든’ 호칭 요구 비아냥 대는 언론

본문 첫 머리에 “마담 영부인 - 미세스 바이든 - 질 - 어린애(Madame First Lady - Mrs. Biden - Jill - Kiddo) …(중략) 이름 앞에서 박사라는 닥터를 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질 바이든이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남자가 교육학 박사(Ed.D.)를 따냈다면 이름 앞에 닥터를 붙일 필요가 없을 테니 붙이지 않을 거고, 즉시 그 닥터를 뗄 것에 대해 생각해보라”라며 조롱과 비아냥 일색이었다.

이러한 견해는 미국의 의사 호칭문화를 반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면 의학박사 학위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의사는 ‘닥터(Doctor)’라고 부른다. 닥터는 일반적인 직업명이다. 흔히 병원약속 있다는 표현으로 ‘나 의사랑 약속있다(I have a doctor’s appointment)’고 표현한다. 조셉의 칼럼은 이러한 맥락에서 닥터=의사로 해석하며 질 바이든이 의사도 아니면서 대통령 부인으로만 불려도 영광일 텐데 굳이 닥터라는 직함까지 붙여달라니 과하고 유별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칼럼을 반박하는 기사도 뒤따랐다. 그의 학문적 성취까지 비하하는 것은 모욕적인 발언이라는 반박이었다.

여성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심어줘 

나는 미국에 살면서 아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부터 조 바이든 (Joe Biden) 대통령까지 6번의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봤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전임 대통령의 불참을 비롯해 유례없는 이색적인 기록을 많이 남겼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부인의 호칭이 ‘영부인 바이든 여사’(First Lady Mrs. Biden)가 아니라 ‘영부인 닥터 바이든(First Lady Dr. Biden)이라고 불린 것은 그날 하루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지평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장을 떠날 때까지 취임식 방송을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같이 걷고 차에 오르는 영부인을 닥터 바이든이라 불렀다. 방송을 들으며 조금은 낯선 경험이었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열심히 살아온 질 바이든의 지난 날들을 떠올리게 됐다.

질 바이든은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강사 등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일을 계속 유지해왔다. 조 바이든과 결혼해 출산 후 2년간 양육에 전념한 기간을 제외하고 쉼 없이 일했을 뿐 아니라 임신 중에 석사학위를, 결혼 10년만에는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정과 일을 양립하고 꾸준히 공부해 최고의 성취까지 이뤄냈다는 것은 ‘풀타임 맘’으로 20년 넘게 미국생활을 한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또 내게도 새로운 삶의 도전을 하라는 용기의 메시지로 와 닿는다.

이렇듯 닥터 바이든은 엄마와 아내로서 그림자 내조를 해오던 전통적인 영부인의 모습을 뛰어넘어 삶의 주체자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영부인 상은 물론 꿋꿋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하여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대통령 부인 닥터 바이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