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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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저명한 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근간이다. 지식을 억압하고 은폐하려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시도들, 지식이 힘을 얻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태동, 논쟁과 고민 등 과학철학사를 다뤘다.

지식의 역사는 곧 억압의 역사다. 저자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티누스 시대부터 현대의 정보 통제와 지식 독점까지 2000년 역사를 다룬다. 우주에 대한 지식 때문에 화형 위기에 처한 지오다노 브루노, 교회와 충돌하지 않도록 자신의 연구 결과를 죽을 때까지 숨긴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당대의 지식인과 과학자 탄압 사례를 시대적 배경과 연결해 지성사가 어떻게 개척돼 왔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특히 계몽주의 시대의 서구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탐구욕의 본질과 금지 조치, 비밀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지식 발설 금지가 오히려 인간의 호기심을 추동해 세상에 지식을 더 널리 알리게 되는 과정을 생생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아이디어, 비판과 격렬한 논쟁도 다뤘다. 

“‘실낙원’ 이후 수백 년의 시간 속에서 점점 분명해지듯이, 인간은 금지된 것의 유혹에 자극받지 않을 수도 있다. 밀턴의 작품 끝부분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인간들에게 전하는, 지식을 추구할 때 가능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충고도 거기에 머문다. 밀턴은 천사에게 “겸손하게 영리하여라”라고 말하게 한다. 어떻게 이 명령이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덧붙여 설명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언제, 왜, 그리고 어떤 지식을 금지할 수 있을까?” (1장 ‘낙원에서 금지된 것’ 중에서)

저자는 지식이 인간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강조하지만, 인간이 지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인다. 특히 지식사회로 완전히 접어든 오늘날 지식의 가치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본다. 지식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지식을 이용하는 사람도 스스로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이승희 옮김/다산북스/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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