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장혜영의 승리… 모두의 존엄 지켰다
[김효선 칼럼] 장혜영의 승리… 모두의 존엄 지켰다
  • 김효선 발행인
  • 승인 2021.01.27 18:39
  • 수정 2021-01-3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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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신문·뉴시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신문·뉴시스

 

정의당은 김종철 정의당 대표를 성추행 책임을 물어 1월 25일 직위해제한 이후 곧 출당 조치까지 했다. 피해자 장혜영 의원은 이번 사건처리과정에서 커다란 감동을 전했다. 장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말하면서도 모두의 존엄을 지켜냈다. 그는 “누구든 동료 시민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잇따른 정치권 성폭력 사건으로 참담함을 느끼면서도 장 의원이 꺼낸 ‘존엄의 정치’에서 우리는 다시 희망을 본다.

모두를 위한 존엄 서사

장 의원이 보여준 감동은 첫째, ‘존엄’이라는 표현에서 나온다. 장 의원의 입장문은 존엄에 관한 탁월한 명문이다. 입장문에는 ‘존엄’이란 표현이 12번이나 등장한다. 그만큼 핵심어다. 이번에 왜 실명을 드러냈고, 무엇을 위해 왜 싸워야 했는지, 피해의 회복이 무엇인지를 존엄과 연결시켜 풀어냈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담긴 이  존엄 서사는 끝내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존엄까지 고양시킨다. 성폭력의 피해는 ‘존엄의 훼손’이고, 대책은 ‘존엄의 회복’이며, ‘존엄의 최전선’에서 동지들과 함께 싸워 ‘우리 자신의 존엄과 동료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자고 말한다. 우리 모두의 존엄을 향한 장혜영의 승리였다고 기꺼이 말하고 싶다.

성폭력에 맞서며 여성과 연대

두번째, 장 의원이 주는 감동은 여성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의식에서 온다. “저의 일상은 정치의 최전선”이며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고 성평등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본인의 정치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정치는 자신의 진실한 경험에 비추어 시민들과 가치를 소통하는 일”이라며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과 정치인으로서 예상된 손실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겪은 고통을 실명으로 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실명을 드러냄은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여성이 성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다.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지키는 보신논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여성’ 속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그동안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도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 2차 가해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이번에 큰 힘을 얻고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단호한 결행 앞에서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힘을 잃었다.

존엄에 실패한 그 분들

셋째, 장 의원의 선택은 개인의 분노를 넘어서서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향했다. 그의 질문은 남성중심 사회의 치부를 찌른다.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지금까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자기 안위를 챙기기에 급급하며, 책임 있는 사죄 대신 죽음으로까지 도피하며 피해자를 더 큰 고통으로 밀어넣었던 수많은 가해자를 양산하는 그 구조를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한다.  높은 권좌에 앉았지만 인권존중에서 참혹한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한 이념으로 과대포장 된 민주주의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진실된 경험에 비춰 시민들과 가치를 소통하는” 장혜영 식 정치를 배우기 바란다.

넷째, 장 의원은 소속된 조직을 신뢰하고 사건의 처리를 조직내부에 맡겼다.  공적이 상당히 큰 김종철 대표였지만 정의당은 직위해제에 이어 아예 출당조치라는 최강도의 처벌을 했다.  당내 처리가 엄중하게 이뤄지자 피해자 입장을 발표하고 형사고소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의 분노보다는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법적으로 고소하지 않은 장의원의 선택에 대해서 이런 저런 반응이 있고, 어떤 단체는 정의구현을 외치며  고발하기도 했다. 성폭력 범죄를 친고죄가 아닌 이유는 피해자가 사건 대응이 어려울 경우에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처리를 해나가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를 반해서 대신 고발에 나서는 건 불필요하고 부적절하다.  

시스템이 작동하는 정의당

장 의원의 승리를 가능케 한 정의당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정의당은 친분관계나 조직보호 논리를 벗어나서 원칙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처리를 하는데 성공했다. 원칙에 따른 사건 처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배복주 젠더인권본부장은 가해자의 서사 배제, 비밀엄수, 엄중한 책임, 피해자 존중 등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충실히 지켰다. 당 대표라도 엄중하게 징계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정의당은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심상정 전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역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가치 정당의 일면을 보여줬다. 가해자가 모든 사실을 인정해서 진실공방의 소모전을 생략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까지의 가해자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다.

정의당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짧은 위기를 넘기고 나면 정의당은 훨씬 더 신뢰받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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