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특별조사단 180일 직권조사
서울시 전·현직 직원, 지인 51명 조사
경찰·검찰·청와대·여가부 등 제출 자료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진행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2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이같이 판단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전원위는 5시간 만인 오후 6시59분쯤 끝났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희롱에 대해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판단 근거는 휴대전화 포렌식, 참고인 조사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150일간 △서울시 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 5개월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면담조사 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참고인 총 51명 조사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진행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해 사실 여부는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해자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없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자체만으로 충격”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위계관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본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언급하며 “박 전 시장이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을 법적으로 규제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오히려 2차 피해가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 피해자들은 왜 근로를 지속하기 어려운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성희롱 발생에 조직의 책임은 없는지와 같은 많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썼다.
인권위는 보고서 마지막에 피해자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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