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동화책 찢고 ‘경고’ 부착 명령까지...거꾸로 가는 헝가리
성소수자 동화책 찢고 ‘경고’ 부착 명령까지...거꾸로 가는 헝가리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2.01 14:07
  • 수정 2021-02-0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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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우파 정부, 성소수자 다룬 동화책에 
“전통적 성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 포함”
경고문 부착 요구...성소수자 인권 탄압 정책 이어져
'원더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 책 안에는 LGBT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budapestpride.com
성소수자 인권 존중 메시지를 담은 헝가리 동화 선집 『원더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Meseország mindenkié)』.  ⓒbudapestpride.com

성소수자를 다룬 동화책을 기자들 앞에서 찢어버린 정치인, 그 책에 ‘전통적인 성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문’을 부착하라고 명령한 정부.... 지난 반년간 헝가리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문제의 책은 성소수자 인권 존중 메시지를 담은 헝가리 동화 선집 『원더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Meseország mindenkié)』이다. 헝가리 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여성협회인 ‘라브리즈(Labrisz)’에서 펴냈고, 17개 동화로 구성됐다. 

이 책에는 수사슴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비는 암사슴의 이야기, 다른 왕자와 결혼한 왕자 이야기, 귀가 세 개로 태어난 토끼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집시(Roma)와 장애인 등 소수자를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백설공주’ 이야기도 있는데, 원작과 달리 주인공 이름은 ‘갈색 잎사귀(Leaf Brown)’고 피부색이 어둡다. 저자들은 “모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지난 1월20일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같은 달 19일 헝가리 정부는 라브리즈에 “전통적 성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포함하는 책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고지사항(disclaimers)을 기입할 것”을 명령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부는 성명문에서 “이 책은 동화로 판매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성 역할과 불일치하는 행위가 묘사돼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명령에 따라 라브리즈는 『원더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나 ‘전통적인 성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모든 도서에 고지사항을 표기해야 한다.

면책 조항을 기입해야 하는 도서  ⓒ'Meseország mindenkié' 페이스북 갈무리
면책 조항을 기입해야 하는 도서 '원더랜드는 모두를 위한 것' ⓒ'Meseország mindenkié' 페이스북 갈무리

이 책은 지난해 9월 출간됐다. 같은 달 헝가리 극우 정당 ‘우리조국운동(Mi Hazánk Mozgalom)’의 도라 두로 부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 프로파간다에 영향을 받게 둘 수 없다”면서 책을 파쇄해 버리면서 이슈가 됐다. 유에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우파 성향의 피데스 정당을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지난해 이 책을 “동성애 선전”이라고 일컬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라브리즈는 헝가리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하터(Hatter)와 함께 정부의 명령이 차별적이며 위헌적이라며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우파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탄압 정책을 펼쳐왔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5월, 헝가리 시민들이 출생 당시의 성별을 법적으로 바꿀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해 12월에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한 헌법개정안을 통과 시켜, 동성 커플과 트랜스젠더 커플은 아이를 입양할 수 없도록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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