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5일 ‘박원순 사건’ 직권조사 결과 의결 여부 결정
여성단체 의견서 제출 “정의로운 권고로 경종 울려달라”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외 8단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 담당자에게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7월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국가기관이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21일 박 전 시장 사건 직권조사 결과보고 의결을 앞둔 인권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오는 25일 오후 2시 전원위원회에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전원위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 최고 의결기구다.

의견서에는 피해자가 지나 4일 인권위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의 모호한 수사 결과 발표 후 극심한 2차 가해에 시달렸습니다. 고인의 측근들은 저에 대한 비난을 SNS에 게재했고, 언론에 인터뷰하였으며, 지지자들은 측근들의 확신에 찬 어투를 믿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어떤 행위도 없었다’, ‘무고’, ‘살인녀’ 등)을 각종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게시하였고, 마치 누군가 계획한 듯 발표 이후 일부 웹사이트에는 제 사진과 동영상이 갑자기 게재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검찰 발표가 있었습니다.

고인의 사망 경위에 본인 스스로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그 피해자가 누구인지,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두 인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발표만으로 저를 향한 2차 가해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측근과 지지자들도 부정할 수 없는 고인의 인정에 유구무언인 상태가 된 듯 보였습니다.

저의 마지막 희망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입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으로부터 저의 침해받은 ‘인권’에 대해 확인을 받는 것이 이 혼란 중에 가해지는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피 말라가는 저의 심신을 소생시킬 첫 걸음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사실확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리기 위한 사실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피해자지원단체는 이날 의견서를 통해 “정의로운 권고로 위력 성폭력 및 성차별적 노동 관행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며 “인권위의 이번 직권조사 결과가 성평등한 정의와 사회를 향한 역사의 주춧돌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의견서에서 △시장실 비서 업무를 직무 역량기준이 아닌 ‘여성’을, 용모 등을 중심으로 뽑는 등 성차별 △시장에 대한 심기보좌, 감정수발 성격의 노동을 여성 비서에게 강요 △시장의 뜻을 견제하지 못하고 행위를 제재하지 못한 위력적 수직구조 문제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시장 관련 성고충을 외면·부인하며 조직 성폭력 지침 위반 △가해자가 권력자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불리하게 대우한 2차 피해 문제 △시장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이 된 상태에서 인권위가 인권침해를 확인, 공표해야 할 책무 등 6가지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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