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성들-끝] 전신 운동에 최고 스포츠 클라이밍

3년 간 클라이밍을 한 고은성(39)씨는 우연히 클라이밍을 체험해보고 재미를 붙였다. 본인제공.
3년 간 클라이밍을 한 고은성(38)씨는 우연히 클라이밍을 체험해보고 재미를 붙였다. 본인제공.

“특별한 장비 없이 맨손으로 벽을 오를 수 있어요. 한 번 해보고 재미를 붙여 꾸준히 클라이밍을 하고 있습니다. 스릴을 즐기거나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운동으로 특히 여성 클라이머들에게는 전신운동이 돼 근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3년 간 스포츠 클라이밍(이하 클라이밍)을 한 고은성(38)씨는 우연히 클라이밍을 체험해보고 재미를 붙였다. 고씨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운동이다. 특별한 장비와 같은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라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이고 실내뿐 아니라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내가 다닌 곳은 여성 비율이 10%미만이었다. 유명 암장(클라이밍장)에 가면 여성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남성 비율보다는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에게는 전신운동이 되고 근력을 기를 수 있다”며 “스릴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적인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3년 간 클라이밍을 한 고은성(39)씨는 우연히 클라이밍을 체험해보고 재미를 붙였다. 본인제공.
3년 간 클라이밍을 한 고은성(38)씨. 본인 제공.

클라이밍은 2019년 개봉해 9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엑시트’에서 배우 윤아가 맨손 클라이밍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올해로 미뤄진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이는 콤바인 종목은 리드·볼더링·스피드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리드는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먼저 완등하느냐를 겨룬다. 길을 읽어내고 오랜 시간 버티면서 끝까지 완등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볼더링은 누가 문제를 더 많이 푸는지를 겨룬다. 순간적으로 근력을 폭발시키는 힘과 순발력이 필수다. 스피드는 말 그래도 스피드를 겨룬다. 탄탄한 하체 단련이 필요하다.

클라이밍은 실제 자연 암벽을 타는 마운틴 클라이밍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산악 등지의 암벽 등반 대신 인공 시설물을 이용해 즐기는 종목으로 변화했다. 규칙은 같은 색의 띠가 붙어 있는 같은 색의 홀드(손과 발을 디디는 인공 바위)만을 이용해 도착점인 ‘톱’에 도착하는 것이다. 톱에 도착하기 위해 적절한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푼다’고 표현한다.

스포츠 클라이머 김자인 선수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훈련장에서 인공 암벽을 오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훈련장에서 인공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머 김자인 선수. ⓒ여성신문 

대표적인 클라이머는 김자인 선수다. 김 선수는 한국 1호 여성 스포츠클라이밍 1급 공인 심판인 어머니 이승형씨의 영향을 받아 암벽 등반을 시작했다. 그는 16세에 2004년 UIAA 아시아 챔피언십 대회 1위를 차지했고, 2011년엔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와 볼더링 종목을 모두 석권했다. 순발력이 필요한 볼더링, 지구력이 강조되는 리드, 속도 등 총 세 종목에서 한 선수가 모두 기량을 보이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협회(IFSC) 월드컵 리드 부문에서는 세계 최다 28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7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을 받은 김 선수는 당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엔 남성의 힘이나 신체적 조건을 여성이 따라잡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클라이밍을 하다 보니 여성만이 지닌 섬세함이 있고, 그게 강점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은 여자가 하기 힘든 위험한 운동’이라고 보는 사람들, 우락부락한 근육이 생길까 봐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들이 많은 건 아쉽다”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해보면서 재미를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클라이밍'을 검색하면 49만9천개의 게시물이 뜬다. 클라이밍 용품 관련 국내 매출도 늘었다. 유통업체 넬슨스포츠에 따르면, 암벽화 브랜드 ‘스카르파’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18년엔 22%, 2019년엔 30%를 기록했다. 2017년 전년 대비 매출이 10%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클라이밍은 보통 2~3m의 인공 암장에서 하기 때문에 실수로 떨어져도 매트 등의 안전장치가 있어 부상의 위험이 적다. 초보자라면 경험자의 지도 하 충분히 몸을 푼 다음 저난이도 지구력 루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클라이밍 준비물은 미끄러움 방지를 위한 초크와 암벽화 외에는 특별히 없다.

지인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한 번 경험해본 지민경(26)씨는 “잘 오르고 싶은 마음과 달리 팔 힘을 기르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높이 때문에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해봤는데도 전신 운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미국에서는 여성도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집중력과 담력에 좋은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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