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법 라벨에 ‘여성에게 넘기세요’ 표기
지자체장이 문제제기...여성 단체 등 대응 확산
생산업체 “성차별적 의도 없었다” 해명

문제가 된 의류의 세탁 라벨. ⓒ자코모 쿠치니 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문제가 된 의류의 세탁 라벨. ⓒ자코모 쿠치니 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이탈리아의 한 의류업체가 제품에 성차별적 세탁 라벨을 붙여 현지에서 논란이 일었다.

12일(현지시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중부 토스카나주 도시 체르탈도의 자코모 쿠치니(Giacomo Cucini) 시장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인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치니 시장은 최근 빨래하기 위해 자신의 바지를 세탁기에 넣기 전 세탁법이 쓰여있는 라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어로 “여성에게 넘기세요(Give it to your woman)”라고 쓰여 있었던 것. 빨래는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문구다.

쿠치니 시장은 라벨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썼다. “우리가 매일 싸워나가는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문장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성차별적이고, 여성은 빨래 등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는 퇴행적 사고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역겹다”는 말과 함께 바지 구매를 후회한다고 쓰기도 했다. 쿠치니 시장의 게시물은 빠른 속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됐다.

여성단체도 해당 업체에 직접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섰다. 12일 보도에 따르면 토스카나주 전국민주여성대회(Conferenza Nazionale Donne Democratiche) 대표 타니아 신텔리(Tania Cintelli)는 “시대 흐름에 뒤처진 문구를 썼다”며 “우리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공명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생산 업체인 베르나고찌(Successori Bernagozzi) 측은  '완전히 부적절했다'고 사과하면서 판매점에 있는 제품을 수거해 라벨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원래 취지는 스스로 빨래조차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남성들을 풍자하려던 것으로 성차별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쿠치니 시장은 이 사태에 대해 “변혁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위대한 혁명이 아니더라도 이런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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