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구글에 노조가 생긴 이유
'꿈의 직장' 구글에 노조가 생긴 이유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1.12 22:47
  • 수정 2021-01-1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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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알파벳 노조' 설립에 200여명 참여
수년간 노사갈등 끝에 첫 노조 결성

정보통신(IT) 업계의 '꿈의 직장' 중 하나로 꼽혀온 구글 사상 첫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산하 구글 직원 200여 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4일(이하 현지시각) 전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산하 구글 직원들이 설립한 노동조합 '알파벳 노조' ⓒAlphabet Worker Union 홈페이지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산하 구글 직원들이 설립한 노동조합 '알파벳 노조' ⓒAlphabet Worker Union 홈페이지

회사 최초의 노조 ‘알파벳 노동자 조합(Alphabet Worker Union)’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조합원들로부터 총 보수의 1%(구글 평균연봉은 25만 8708달러)씩 회비를 걷어 노조 간부 급료 지원, 각종 행사 개최, 조합원 소송 지원, 파업 시 임금 지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사측과 당장 임금 및 근로 조건에 대한 협상에 나서는 대신 향후 시위를 대비해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주로 직장 내 평등과 기업윤리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알파벳 노조는 미국통신노조(CWA)의 지원을 받아 결성된 조직으로 정규직, 계약직, 협력업체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가입할 수 있다.

파룰 카울(Parul Koul) 노조위원장과 추이 쇼(Chewy Shaw) 부위원장은 이날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구글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우리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이 기고문에서 이들은 “우리 회사의 좌우명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였다. 조직된 노동력이 우리가 그에 부응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에서 경영진에 무시당했다”며 “우리 노조는 노동자들이 학대나 보복,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공정한 임금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룰 카울 노조위원장과 추이 쇼 부위원장이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노조설립 기고문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파룰 카울 노조위원장과 추이 쇼 부위원장이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노조설립 기고문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구글의 노조 결성은 그간 노조 설립에 저항해온 IT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유연한 근무환경과 우수한 복지로 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시위나 파업, 노조 설립 등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최근 몇 년간 구글 노동자들이 벌였던 전례 없는 시위가 노조 결성 기반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구글은 최근 2~3년 사이 윤리적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어왔다. 구글 직원들은 국방부에 의한 군용 무인항공기 개발 계획인 ‘메이븐 프로젝트(2017년 착수)’와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에 맞춰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2018~2019)’에 저항해왔다. 

구글 직원들은 또한 성폭력 혐의로 퇴사한 임원에게 지급한 거액의 포상금에 공개 항의하기도 했다. 2018년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던 앤디 루빈 수석 부사장의 사내 성폭력 신고를 받고도 사건을 덮고 루빈에게 9000만달러를 주고 2014년 퇴사시킨 사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구글 직원 2만여 명이 회사를 비판하며 시위에 나섰다.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직원들이 회사에 만연한 성추행과 고위직의 성적 부적절 행동에 회사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며 1일 파업과 항의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직원들이 회사에 만연한 성추행, 성차별 문화에 회사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며 1일 파업과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0월에는 구글이 직원들의 노조 준비 활동을 방해하려고 직원들의 컴퓨터에 '엿보기'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직원들이 회의실 10곳 이상을 사용하는 행사나 참가자가 100명 이상인 행사 계획을 마련하면, 경영진에게 자동으로 보고되는 툴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구글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들의 조직화 시도를 차단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구글이 반노조 컨설팅 업체인 IRI컨설턴트와 계약을 맺어 논란이 일었다. 또 사내 민감한 정보를 외부에 폭로한 직원들이 보복성 해고를 당하는 등 구글이 사내 비판론자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구글 AI 윤리팀의 팀닛 게브루 박사가 AI 기술이 성적, 인종적으로 편향적이며 차별적 요소를 가려내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해고 통보를 받자 직원 3000명이 반대 성명을 제출했다.

미 연방노동당국은 구글이 몇몇 직원을 회사 방침에 저항하고 노조를 결성하려 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 출범 소식에 구글은 그동안 각종 이슈에 합법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인사담당자인 카라 실버스타인은 "우리 직원들은 우리가 지원하는 노동권을 보호받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왔듯이 우리는 모든 직원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파벳 노조가 다른 기업 노조처럼 사측과 단체협상을 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에서 노조가 단체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주정부는 물론 전미노동위원회(NLRB)와 협의하고, 회사 직원들의 투표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알파벳 노조는 향후 미국 통신산업노조(CWA)와 연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6일 보도에서 “알파벳 노조는 전체 직원 중 일부만 가입한 소수노조로, 조합원 수로 회사를 압박해 임금 협상을 하는 일반 노조와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며 “전통노조처럼 회사와 구체적 계약을 맺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차원으로 회사의 정책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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