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기자들의 비대면 적응기
코로나19 속 달라진 기자들 업무환경
노션 등 프로그램으로 취재·마감 상황 공유
인터뷰·주간회의도 온라인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은 기자들의 업무 환경도 바꿨습니다. 불가피한 상황 외에는 비대면 취재를 하고, 기자회견, 간담회, 토론회 등도 온라인으로 참석합니다. 여성신문 기자들도 지난해 말부터 비대면 근무에 돌입했습니다. 많은 게 낯설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중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기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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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개편하니 #2.5단계 #그래도마감은돌아온다 #비대면적응중 #MZ세대 #우린이게편해

안녕하세요. 여성신문 편집국 2팀 팀장 이세아 기자입니다. 편집국을 개편하자마자 바이러스가 수도권을 휩쓸었습니다. 많은 언론사가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새로운 팀원들과 회식 한 번 못해보고 비대면 근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노션’과 ‘네이버 웍스’부터 켭니다. 2팀이 주로 쓰는 생산성 도구 앱입니다. 거의 24시간 내내 쓰는 건 노션인데요. 노트, 프로젝트 관리, 스프레드 시트 등 여러 기능을 하나로 모은 앱입니다. 회사에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계기가 될 줄 몰랐네요.

여성신문 기자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근무를 시작했다. ‘노션’ 등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자의 취재·마감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기자들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근무를 시작했다. ‘노션’ 등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자의 취재·마감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여성신문

비대면 근무의 장점은 각자의 취재·마감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노션과 구글 드라이브에 취재수첩, 참고자료 등을 올려 취재 경로와 과정을 공개합니다. 기자가 모르는 것, 보충 취재할 점 등을 공유하고 논의합니다. 예컨대 중요한 인터뷰를 앞둔 기자가 취재원에게 보낼 질문지 초안을 작성해 노션 페이지에 올리면, 팀장이 보고 코멘트하는 식입니다. 편집국 기획회의에 앞서 팀 내 간단한 발제를 하고 의견을 공유할 때도, 기자들끼리 일정이나 취재원 정보를 공유할 때도 이런 앱을 활용합니다.

팀 화상회의도 달라졌습니다. 줌 화상회의 앱 ‘화면공유’ 기능을 사용해 안건을 정리한 노션 페이지나 구글 문서를 띄워놓고 시작합니다. 회의록을 공개 작성하면서 바로 업데이트하니 회의록을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슬라이드나 유인물을 활용한 회의보다 편하더라고요. 팀원 모두 온라인 앱을 일상적으로 쓰는 ‘MZ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 세대)’라 그런지 이런 방식을 오히려 편안해합니다.

비대면 회의 중인 여성신문 기자들. ⓒ여성신문
비대면 회의 중인 여성신문 기자들. ⓒ여성신문

#소통이관건 #피드백은자세히 #연결돼야강하다 #번아웃안돼

그래도 비대면 근무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거리가 멀어진 만큼 소통이 어려워질까 늘 걱정입니다. 연말연시처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갈 땐 마감을 챙기는 데 급급해 소통에 소홀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적어도 팀원들의 기사에 상세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기획취재 결과 점검을 넘어, 기자가 보여준 강점과 장점, 보충하면 좋을 점과 제가 도울 수 있는 점을 문서화해 공유합니다. 외부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꼭 놓치지 않고 전달하려고 합니다.

기자들은 원래 독립적으로 일하지 않냐고요? 맞아요. 기사 주제, 인터뷰 대상과 내용이 정해지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제때 기사를 마감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기자들도 ‘연결’돼야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화상회의나 통화를 할 땐 최대한 ‘스몰토크(small talk)’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반려동물 얘기, 점심 메뉴 얘기 등을 하며 웃고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면 비록 몸은 멀어도 우린 ‘팀’이라는 마음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기자 일의 기쁨과 슬픔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기자들 아니겠어요. 김 기자, 최 기자, 우리 ‘번아웃’하지 말고 즐겁게 일해봐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컴알못 #요즘노트북엔마이크있어요

부끄러운 고백도 있습니다. 3년째 써온 노트북에 내장 마이크가 있다는 걸 한 달 전 알았습니다. 그동안 영상통화나 화상회의 때 말을 못 하게 될까봐 헤드셋과 마이크 이어폰을 여러 개 챙기고 예비로 사두기까지 했는데...코로나19 덕에 다 헛수고였음을 알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 또 있나요. (이세아 기자)

김규희 수습기자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실제로 접촉하기 어려운 10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라인 취재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여성신문
김규희 수습기자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실제로 접촉하기 어려운 10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라인 취재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여성신문

#수습기자 #현장 #못가 #슬퍼 #온라인 #취재 #생각보다 #좋아

지난해 12월 1일,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 넘게 나오던 시기에 수습기자로 입사했습니다. 언제나 ‘현장 출동’하는 기자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 있어 앞으로 어떤 현장에 나가게 될지 상상하니 심장이 두근댔습니다. 하지만 부푼 기대감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시국 탓에 현장은커녕 회사도 가기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근무 장소가 집 또는 회사로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기사 마감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기사 아이템을 고민하다 문득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못 입는 학생들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교내 외투 금지’가 새로운 보도 주제로 정해졌고, 인터뷰에 응할 학생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등교를 중단한 시기, 마음은 앞서는데 취재는 진척되지 않아 막막했습니다.

오프라인에 매달리지 않고 온라인 취재를 시도했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서 ‘외투 금지’를 검색했습니다. 여러 학생이 불합리한 학교 교칙에 대해 하소연한 글이 온라인상에 게재돼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처음 연락한 5명은 아무도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10명, 20명...그렇게 학생 총 50명에게 연락했습니다. 그 결과, 아직도 교내에서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경북, 울산, 충북은 물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인터넷에는 ‘정보’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활용한 취재는 어딘가 부족하지 않을까’란 편견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온라인 취재를 통해 입사 2주 만에 첫 단독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추운데 외투 금지·벌점 주는 학교들...“인권침해 여전”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920)

제 기사를 본 친구들은 ‘지방까지 왕복 8시간을 어떻게 갔다 왔냐’고 물었지만, 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취재의 힘이다!” (김규희 기자)

여성신문 기자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여성신문
여성신문 기자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여성신문

#인터뷰 #중독 #인터넷 #너머에 #사람있다 #만날수없어 #만나고싶은데 #그런슬픈기분인걸

프리랜서로 3년 간 지내다 수습기간을 거쳐 1월부터 정규 기자가 되었습니다. 늘 혼자 여기저기서 일하는 것에 익숙했는데, 기자가 되면서 오히려 ‘기사는 혼자 쓰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근무가 잦아졌는데도 말이죠.

우선 팀장님의 비대면 피드백과 수정 요청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습니다. 주로 노션,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텍스트 기반 도구를 활용해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불필요한 말 없이 용건과 요청사항만 단순 명료하게 전달되는데, 그 방식이 좋습니다. 기사 아닌 글쓰기에 익숙해져있었기에 작은 워딩부터 글의 구조까지 피드백을 받아 수정, 편집하면 반드시 나아지더라고요.

저는 인터뷰를 자주 기획하는 편입니다. 기자용 이메일 주소도 없고 명함도 없던 수습 시절부터 인터뷰이 섭외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는 귀중한 1차 자료이기에 만나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합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만남’이 어려워졌지만, 직접 만나 뵙고 싶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건넬 때 대면 상황에서 분위기 파악이 더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비언어적 반응(고개 끄덕이기, 눈 맞추기, 호응의 소리 등)을 보이기에도 수월하죠. 라포 형성도 중요한데 비대면 인터뷰는 어쩐지 미진하게 여겨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을 낸 에밀리 정민 윤 작가, 영화 ‘애비규환’을 만든 최하나 감독, 해외 번역상 소식으로 이슈가 된 데뷔 20년차 김이듬 시인, 성폭력 피해를 그린 만화 『나, 여기 있어요』 브장, 디담 작가 등 대부분의 인터뷰이를 직접 만났습니다.

물론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황예지 작가는 줌 화면으로 만났어요. 화면 너머 고양이도 어슬렁거리고, 자료나 사진 등을 바로 가져와서 보여주시기도 하고요. 인터뷰이가 공적인 장소가 아닌 편안한 개인 공간에 있을 때에는 대면하지 않고도 오히려 풍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기사는 혼자 쓰는 게 아님을 매번 깨닫습니다. 자, 그럼 카드켑터체리 OST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을 흥얼거리며 어제 진행한 100분짜리 인터뷰 녹음 파일을 들으러 가보겠습니다. (최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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