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권침해이자 불필요해”

23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성폭력과 학대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서의 자유와 평등, 차별적인 각종 법의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019.07.24. ⓒ뉴시스·여성신문
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법원이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성경험 유무 검사’를 금지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2019년 7월 23일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성폭력과 학대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AP/뉴시스·여성신문

파키스탄 법원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성폭행 피해자 성경험 유무 검사’를 금지하라고 판결했다.

파키스탄 라호르 법원은 4일(현지시간) “모든 형태의 ‘처녀성’ 검사를 불법화한다”고 판결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같은 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파키스탄 펀자브주에 우선 적용된다. 

법원은 성경험 유무 검사가 “여성 피해자의 개인적 존엄성을 해치고 생명권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심한 인권침해이며 과학적·의학적 필요성이 없음에도 성폭력 사건에서 의학적 절차라는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성폭력 가해 혐의자에 집중하는 대신 피해자를 검증하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성경험 유무 검사는 파키스탄의 오랜 관행이다. 여성의 질에 손가락을 삽입해 질막을 확인해 여성의 ‘처녀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식이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선 매년 여성 수백명이 성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성폭행에 관대한 법률과 인권침해적인 수사 방법, 피해자를 ‘수치스러운 여성’으로 바라보는 보수적 사회 분위기 탓에 피해자들은 신고보다 침묵을 지켰다. 인권 운동가들은 성경험 유무 검사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계기로 파키스탄 전국에서 성경험 유무 검사가 금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해 수사 및 사법 절차가 개선되고 더 공정하고 올바른 사회가 도래하는 데 필요한 단계였다”고 말했다.

질막은 소위 말하는 '처녀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여성의 신체 일부분이다. 초경 이전 오염물질로부터 영유아의 질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생리나 질 세척 및 체육 활동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얇아지고 사라진다. (관련 기사 ▶처녀막? NO! “여성 억압 용어 거부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131)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의 생식기에 손가락을 넣어 실시하는 성경험 유무 검사는 과학적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인도는 2013년 이 검사를 금지했고, 방글라데시 역시 2018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WHO 등에 따르면 현재도 최소 20개국에서 성경험 유무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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