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 판결
일본 정부 상대로 재판할 권리 인정…'주권면제' 인정 안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15년 12월 소송 절차가 시작된 지 5년여 만이다.

재판부는 일본군'위안부' 제도 운영이 당시 일본 정부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며, 이는 국제적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한 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 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로 인정된다면서, 한국 법원은 일본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 자료, 변론의 취지를 종합해볼 때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며 "이 사건은 피고에 의해 계획·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가면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피고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이 배상을 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직접 주장하지는 않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보면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의기억연대와 일본군‘위안부’ 역사관(나눔의집) 등 관련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인 판결"이라며 "국내 법원은 물론, 전 세계 각국 법원들이 본받을 수 있는 인권 보호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성심껏 귀 기울여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다한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운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며 "일본 정부는 지체없이 판결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20세기 최대 인권침해 범죄로 꼽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정어린 사죄와 추모, 지속적인 진상규명, 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섬으로써, 전면적인 ‘법적 책임’ 이행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배상 대신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등 즉각적인 반박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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