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대착오적 출산 안내 매뉴얼 논란
남성은 집안일에 약하다는 고정관념 조장
"2021년 맞는지 의심스럽다" 비판 쇄도

ⓒ서울시임신·출산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임신·출산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가 만삭 임신부에게 집안일을 권유하는 내용의 시대착오적 안내문을 내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5일 센터 홈페이지의 ‘꼭 알아두세요’ 항목에 임신 35주 차 여성의 출산 전 점검 사항으로 소개된 내용 일부에서 집안일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리고 있어 온라인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내용에서는 임신 말기 임신부가 밑반찬을 챙겨야 한다며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두고 인스턴트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툰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생필품을 점검하고 옷도 챙겨두라고 했다. '화장지, 치약, 칫솔, 비누, 세제 등의 남은 양을 체크해 남아 있는 가족이 불편하지 않게 한다',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둔다’고 적었다.

둘째 아이 출산일 경우 갑작스러운 진통이 시작될 때 큰아이를 맡아 줄 사람 찾는 것도, 생필품과 가스를 점검하고, 문단속하는 것도 임신부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 집안일을 미루지 말라고도 했다.

‘임신 중 성생활’ 방법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센터는 임신 중 성관계 횟수를 줄일 것을 당부하며 ‘남편이 돌발적으로 아내를 덮치거나 과도하게 격렬한 성행위를 하게 되어 조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페이지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감수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임신·출산정보센터가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SNS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2021년이 맞냐. 내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일 수 있나”, “국가가 비혼, 비출산을 장려한다”, “이러니까 애 안 낳는 거다”, ”만삭의 임신부를 가족이 챙겨줘야지 왜 반대로 써놨냐” 등의 비판이 쇄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2019년 6월 당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문제가 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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