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일기

『우한일기』는 코로나19의 비극이 최초로 터져 나온 곳, 인구 1000만 대도시 우한에서 여성 소설가 팡팡이 써내려간 참상의 기록이자 봉쇄 속 생존기다. 돌연한 바이러스 창궐, 일파만파 확산되던 역병의 공포, 은폐와 침묵, 고위직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들의 절규를 낱낱이 기록했다. 팡팡은 중국 최고 권위의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유명 소설가이기도 하다. 

“팡팡의 일기는 코로나19의 가장 자세한 문학적 기록이 될 것이고, 이번 역병 재난에 대한 기억의 화석이 될 것이다. 우리는 땅바닥에 쓰러진 작가와 문학의 얼굴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팡팡에게 감사해야 한다.” 중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옌롄커 소설가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극찬했다.

팡팡은 이 파괴적인 재난이 어디서, 왜 초래되었는지, 어떤 안일함과 무책임이 이런 엄청난 비극을 키웠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통계로도 드러나지 않고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는 거대한 참상을 그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적었다. 또한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돕는 이웃, 텅 빈 거리를 정돈하는 환경미화원들, 의료진의 헌신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팡팡은 직급과 위치를 막론하고 코로나 사태에 책임이 있지만 고개 돌린 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한다. 

중국 정부의 검열로 그가 웨이보에 적어 내려가던 일기는 계속 삭제됐다. 일부 네티즌과 극단적인 지식인들은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이 팡팡의 일기를 댓글로 이어서 업로드하는 댓글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팡팡의 일기는 해외 언론에 보도됐고 15개국에서 판권이 팔렸으나 중국에서는 끝내 출판되지 못했다. 그러나 팡팡은 『우한일기』로 코로나19의 참상과 성찰을 전 세계에 증언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됐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지금, 팡팡은 전 세계가 귀 기울야 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적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우리들 역시 스스로의 적 혹은 공범자이다. 사람들은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매일 말로만 ‘대단하다, 우리나라’라고 떠들어대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매일 정치공론만 일삼고 실질적인 업무는 하지 않는 간부들은 조금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우리는 이미 이런 사람들을 ‘입만 살아있는 노동자’라 부른다), 나아가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심지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심각하고 무거운 교훈이다. 우리는 2003년(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생한 해)을 지나왔지만, 금세 그 일을 잊어버렸다. 이제 2020년의 일까지  더해졌으니, 우리가 더 이상 잊어버릴 수 있을까? 고난은 언제나 우리 뒤에 있다. 우리가 경계하지 않으면, 그것은 다시 쫓아와 우리를 고통스럽게 잠에서 깨울 것이다.” (『우한일기』 76-77쪽) 

팡팡/조유리 옮김/문학동네/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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