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이진희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장

관세청 관세분류평가원장 이진희 부이사관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 이진희 부이사관

“’미래 여성 지도자상(이하, 미지상)’ 이라는 타이틀에 20년 공직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하는 일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어 가야겠구나 하고 다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경제 국경의 파수꾼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역량을 펼쳐 온 이진희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 원장은 미지상 수상에 거듭 반가움과 기쁨을 표시했다.

관세청 개청 50주년 이래 이 원장의 이름 앞에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이 떠나지 않았다. 이 원장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관세청에 입사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라는 목표와 신공항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많은 관심이 세관에 집중되던 시기였다. 관세청은 당시 막 입사한 그를 인사혁신의 상징인 공항 내 ‘휴대품 검사관(과장)’으로 발령했다.

현장은 대부분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남성들로 구성돼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기대가 느껴졌고 스스로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성 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조직이었다. 이 원장은 팀의 관리자이지만 배우는 자세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현장의 특징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한편 직원들과 소통하며 편견과 경계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첫 발령지였던 공항 현장업무는 이 원장에게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후 LA총영사관에서 3년간 관세영사로 근무하며 “한진해운 사태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인한 국내 기업의 어려움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통관이라는 업무를 ‘점’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물류와 통관, 무역 공급망까지 ‘선’의 측면으로 이해하게 됐어요”라며 시야를 더 확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입사 당시 관세청의 여성 비율은 20% 정도로 현재 4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에게 맡겨지는 업무도 제한적이었으며 롤모델로 삼을 여성 관리자는 전무했다. 그러나 현재는 5급 이상의 여성 관리자도 8.2%로 늘어났다.

이 원장은 “여성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임신과 출산으로 업무 공백기가 발생하고 그래서 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핵심 업무를 할 수 없을 때는 동료이자 관리자로서 아쉬울 때가 있다”며 그러나 이를 이유로 업무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조직 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사 초기 양성평등에 대한 막연한 의무감은 2007년 관세청 내에 WLB(Work & Balance) 추진단 TF가 만들어지면서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첫아이를 출산한 후, TF 팀장을 맡게 돼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관세청의 WLB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WLB 추진단장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제가 출산 직후 워킹맘으로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많은 답을 찾게 되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 캠페인은 본청뿐만 아니라 산하 세관까지 전파되어 양성평등 인식 및 근무 여건 개선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원장은 “'최초' 타이틀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성별은 떼고 그냥 관리자로 평가받는 게 더 좋다”고 솔직히 말했다. 20년간 롤 모델 없이 새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이제 다른 여성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됐다. 이 원장은 한 명의 선배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후배 여성들을 지원하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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