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대 견딜 위로와 힘 돼준
대중문화 속 여성들

2020년은 모두에게 혹독한 한 해였습니다. 문화예술 분야도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힘을 북돋워 준 여성 인물은 올해도 많았죠. 가상의 캐릭터와 실존 인물을 막론하고, 올해를 보내며 기억해야 할 대중문화계 여성 20명을 (문화부 기자들의 사심을 담아) 꼽아봤습니다. 

 

[ 지상파 ]

 

전미도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사랑받은 여성 캐릭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채송화 (전미도 배우) ⓒtvN

tvN 휴먼 메디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역대 tvN 주중 드라마 수도권 최고시청률 1위를 기록한 올해의 드라마 중 하나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받은 여성은 ‘채송화’(전미도 배우). 신경외과의 유일한 여성 교수로 환자에게 친절하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야무진 의사다. 전 배우는 이 드라마로 ‘아시아콘텐츠어워즈’와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각각 신인상을 수상했다. ‘채송화’는 내년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환불원정대 : 센 언니들이 뭉치면 더 세진다

‘환불원정대’ 4인 ⓒMBC

환불원정대는 천옥(이효리), 만옥(엄정화), 은비(제시), 실비(화사)로 이루어진 4인조 걸그룹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린다G(이효리)의 제안을 계기로 각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 4인이 뭉쳤다. 전부 ‘환불’을 잘할 것 같은 강한 캐릭터라 ‘환불원정대’가 됐는데, “센 언니들이 뭉치더니 더 세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데뷔곡 ‘돈 터치 미’는 음원 차트를 뒤흔들었고, 여성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며 연대하는 모습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김희애 : 부부의 세계를 넘어선 김희애의 세계 

배우 김희애 ⓒ리틀빅픽처스

배우 김희애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다. 지난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었던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그는 자수성가한 의사이자 배신과 이혼 등 인생의 지독한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주인공 ‘지선우’ 역할을 맡았다. 변함없는 ‘미친 연기력’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종영 소감에 “에너지를 100% 쏟아낸 느낌”이라고 답한 그가 내년엔 또 어떤 돌풍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윤여정 : 유쾌하고 쿨한 대배우의 활약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으로 꼽히는 LA비평가협회(LAFCA)와 인디애나 기자협회상(IFJA)에서 여우조연상을 연이어 수상한 윤여정.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가족영화 ‘미나리(아이작 정 감독)’는 내년 상반기 국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윤여정은 할머니 ‘순자’ 역할을 맡아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연기로 해외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쿨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그가 이제 세계적인 대배우로 우뚝 섰다. 

 

[ OTT ]

 

안은영 :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보건교사 

‘보건교사 안은영’ 주인공 안은영(정유미 배우) ⓒ넷플릭스

정세랑 소설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정유미 배우)은 독특한 보건교사다.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수상한 낌새를 기민하게 눈치챈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지켜내려 노력하면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여성 히어로이자, 젤리, 괴물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물의 주인공이다. 유별난 당위보다 자연스러운 정의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소설과 넷플릭스를 번갈아 보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묘미도 있다.

 

에놀라 홈즈 : 셜록 홈즈의 동생 그 이상을 보여준 소녀 

‘에놀라 홈즈’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전 세계 2위에 오른 ‘에놀라 홈즈’의 주인공은 세기의 탐정 셜록 홈즈의 어린 여동생 ‘에놀라 홈즈’다. 에놀라는 오빠의 그늘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힘쓰던 엄마(헬레나 본햄 카터 분)의 담대한 가르침을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에 나서며, 오빠의 추리력을 뛰어넘는 기지와 순발력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인기작 ‘기묘한 이야기’에 출연했던 밀리 보비 브라운이 에놀라 홈즈 역할을 맡아 ‘찰떡’ 캐스팅이라는 평을 받았다. 

 

베스 하먼 : 여성 체스 천재가 다 이긴다

‘퀸스 갬빗’ 스틸컷 ⓒ넷플릭스

올해를 빛낸 넷플릭스 콘텐츠 중 ‘퀸스 갬빗’을 빼놓을 수 없다. 고아원에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던 중, 건물 관리인에게 우연히 배운 체스에 흠뻑 빠져든 베스 하먼(안야 테일러조이). 그는 1950-60년대 미국 사회에서 남성이 주도하던 체스 문화에 무표정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야심과 지성을 무기 삼아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거듭난다. 체스의 규칙을 하나도 몰라도 드라마 시청엔 지장이 없다. 고독하고 우아한, 지독하게 인간적이라 더욱 매력적인 이 여성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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