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선정 올해의 인물]
코로나19 방역 현장서 헌신한
간호사·의사 ‘이름 없는 영웅’

'여성신문 선정 2020년 올해의 인물'<br>​​​​​​​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모든 의료진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상단 두 번째 뉴시스 제공 ⓒ홍수형 기자
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가까이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모든 의료진을 '2020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홍수형 기자·뉴시스(상단 두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 최일선. 생사가 오고가는 이 현장에는 늘 ‘이름 없는 영웅들’이 있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진들은 더위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갑갑한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여성신문은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돌봄 리더십을 보여준 여성 의료진 모두를 ‘2020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코로나19을 통해 우리는 돌봄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돌봄은 사회구성원이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 공기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필수노동이라 부른다.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돌봄의 가치를 실천하는 간호사 등 의료진은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 같은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40일(12월24일 기준)간 의료진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한여름에도 바람도 통하지 않는 레벨D 방호복과 KF94 마스크, 의료용 장갑과 고글을 착용하고 환자를 맞았던 의료진들은 이제는 외투를 벗고 얇은 레벨D 방호복만을 입고 한파 속에 서야 한다. 1년 가까이 비상체계 수준의 노동강도가 지속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찾는 곳이라면 그들은 주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더위·추위 아랑곳없이 현장으로… “맡은 일 최선 다할 뿐”

지난 1월 말부터 확진 환자를 돌보는 이효심(45·21년차) 인하대병원 중환자 전담 간호사는 “2018년 메르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중증 환자 간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며 “다만 다른 인력이 중환자실에 들어올 수 없게 되면서 간호뿐만 아니라 병실 환경 관리까지 도맡고 중환자 전담 간호사 부족으로 간호사 교육까지 병행하다보니 업무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인천 지역에서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중환자를 돌보고 전담 인력을 키운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치료로 2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의식을 회복해 일반병동을 옮겨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와 휴식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를 풀고 감염병 확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력 풀(pool)을 조성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9월 14일 울산 동구 울산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 중증환자들 병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9월 14일 울산 동구 울산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 중증환자들 병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환자 돌보다 확진되는 의료진들

코로나 환자를 돌보다 직접 감염되는 의료진들도 많았다. 21년차 간호사 김성덕(42)씨는 지난 2월 대구 코로나 확산 소식을 듣고 현장 근무를 자원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이 만류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가느냐. 나는 남을 도울 간호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설득해 대구 동산병원으로 향했다. 3월 8일부터 22일까지 의료 지원을 다녀온 그는 자가 격리 중이던 4월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북대 음압병동에서 43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그는 “전북대병원 의료진의 격려로 그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9월 29일까지 8개월여(36주)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인력은 159명이었다. 간호인력이 134명(간호사 101명, 간호조무사 33명)으로 84%를 차지했고 방사선사·물리치료사·약사 등 14명, 의사 10명, 치과의사 1명 순이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3차 대유행 상황에서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근무를 자처하는 의료진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의사 800명, 간호사 1410명, 의대생 300명, 간호조무사 143명, 임상병리사 180명이 손을 들고 현장 근무에 나섰다. 대한간호사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지원자 중 유휴간호사가 전체의 50%였고 코로나19 환자진료 관련해 근무 경험이 있는 간호사도 26%나 됐다. 휴가 등을 사용해 현장에 참여하겠다는 간호사도 25.1%였다.

9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울산 지역 A 간호사는 “위험한 곳을 왜 가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만류가 있었지만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며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 코로나 퇴치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 태부족… 공공성 강화를

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현장 의료진들이 느끼는 피로는 심각한 수준이다. 번아웃(소진)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3주 사이 확진자가 1만명 증가했지만 대응할 의료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3차 대유행으로 현장 인력이 부족해지자 많은 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에 합류해 코로나19 최전선으로 향하고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평택 박애병원, 남양주 현대병원 등 민간병원들은 코로나 전담 거점병원을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도 재난의료지원팀에 합류했다. 윤 회장은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국민과 의료진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며 “정부도 의사 등 전문가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이고 함께 논의해 현 상황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는 지난 15일 ‘생리대 하나로 버티기. 나는 왜 간호사일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간호사는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서 오늘 근무 중 패드 한 장으로 버텼다”면서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보니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너무 추워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오늘도 검사를 위해 난 레벨디(방호복)를 입고 검사를 한다”며 “패딩 입고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느냐’고 말하는 당신들에겐 방호복 안에 입은 반팔과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제 손은 보이지 않으시겠죠”라고 했다. 코로나 19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현실과 애환이 담긴 글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을 표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이 11월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난다. 코로나19 환자 간호 경험이 있는 대구·서울 지역 간호사 2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6월29~7월29일) 결과, 노동 강도를 묻는 질문에 175명(65.79%)은 ‘다른 환자를 간호할 때보다 2배 넘는 노동량이 투여된다’고 답했다. 이어 66명(24.81%)은 ‘2배 힘들다’, 23명(8.65%)은 ‘1.5배 힘들다’고 밝혔다. ‘비슷하거나 더 편했다’는 응답한 사람은 2명(0.75%)뿐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간호사의 노동량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감염 우려로 병동에 의료진 외 인력 출입이 최소화됐기 때문이다.

대한간호사협회는 코로나 현장간호사의 안전과 자체인력에 대한 보상대책 마련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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