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긴급지원 전국 연계 필요”

~29-1.jpg

“얼마 전에 폐결핵 중증인 가정폭력 피해자가 4달 된 아이까지 데리고 센터를 찾아왔어요. 병원에 가보니 생활보호 대상자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토요일 밤에 전화를 받는 곳도 없고 폭력에 쫓겨나온 상황에 서류가 어디 있겠어요?”

여성긴급전화 1366 전국대표이자 경북 1366센터를 맡고 있는 문숙경 소장은 피해 여성을 위해 병원, 경찰, 시설 등 모든 단체와 정부기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말부터 쏟아냈다. 지난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하고 복지부 산하에 있던 여성긴급전화 1366을 광역시도에 설치한 후 경북 1366센터를 이끌게 된 문 소장. 대한적십자사에서 사회복지 과장을 지내고 여성신문 경북 지사장으로 여성정책에 대한 눈을 높여온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경북 지역이지만 “그렇게 맞고 사는 여자가 많은지 몰랐다”는 문 소장은 “이제 숨겨져 있던 그들도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며 보람을 이야기했다.

“3년째 1366에서 일하다 보니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피해 여성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게 된다”는 문 소장은 “성격이 나빠진다”며 쉽지 않은 활동임을 드러냈다.

1366센터는 365일 24시간 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다는 소명의식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담소가 쉬는 휴일이면 더 많은 전화가 몰리는 1366센터를 보고 지역의 한 퇴직 공무원은 “이런 데는 미친 여자들이나 하지”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문 소장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열린 1366센터 워크숍에서 전국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호남, 영남, 중부 등 권역별 회의와 분기별 대표회의를 열어 전국 1366센터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1366센터 사례집을 낼 계획이에요.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원 시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전국망을 만들 거예요. 지역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구요.”

폭력 피해 여성들은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어하는 만큼 어느 지역에서나 피해 여성들이 1366센터를 통하면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 소장은 "처음엔 많이 싸웠는데 이제 경찰, 시설, 병원 등 지역 협의체가 구성돼 도움을 받고 있다"며 "돈을 통한 후원이 아니라 피해 여성 지원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해, 격려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후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