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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0명 중 97명은 병원 등에서 부당하거나 불쾌한 의료경험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민우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들이 병원에서 경험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3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된 설문 사례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330개의 사례가 담겼다.

조사에 따르면,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불쾌했던 의료경험이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사람이 96.7%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료 현장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별로 보면 무례한 언행(166명), 진지하지 않은 태도(120명), 위압적 태도/불필요한 질문 (87명), 수술 치료 진료 전후 부족한 설명(86명), 불쾌한 신체접촉(82명), 과잉진료(43명), 의료기구/기술(27명), 미용수술 권유(20명) 등이었다.

특히 의료진의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에 관한 사례가 많았다. 

어리거나 노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그냥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사나 의료진으로부터 반말 진료를 받거나,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렸다. 

민우회 측은 “특히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겪은 사례들은 어린 여성일수록 무례하게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사에게 환자로서 궁금한 질문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진료를 위한 대기 시간에 여성 환자의 몸을 노출한 채로 방치해놓는 지나친 권위의식을 가진 의료진도 있었다.

그러나 의료진의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겪은 여성 환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을까 두려워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과잉진료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의사들은 ‘해서 나쁠 것 없다’, ‘보험 적용되는 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부추겼다. 

한 의사는 “우울증약을 먹으면 식욕증진이 된다”며 식욕감퇴약을 추가하기 위해 알콜중독 진단을 내리려고 했다. 환자가 다이어트를 원치 않는다고 하자 “예뻐지면 나쁠 것이 없다”며 강제로 약을 추가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나 성추행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산부인과에서는 진료를 빙자한 언어적 성희롱이, 물리치료실이나 청진기 진료 시 치료와 상관없는 불쾌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나 노출 피해가 있었다.

또, 의료진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여 사적인 연락을 취하거나, 진료를 핑계로 핸드폰으로 촬영을 요구하는 등 여성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한 의료경험은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여성들은 “산부인과 진료 내역에 비급여항목이 많은 것 같다”, “여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약이 모두 비보험”, “같은 질병과 같은 처방에도 여성의 임신 계획에 따라 보험 처리가 달라진다” 등의 경험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민우회는 "인구정책에 따라 의료비를 차별 지원하는 현재의 국가 정책은 인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여성들의 의료경험 개선을 위해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젠더 감수성 교육 및 젠더 가이드라인을 마련, 여성 의사 비율 확대, 성범죄 전력 의료인 면허 취소, 환자 개인정보의 엄격한 관리 등을 촉구했다.

또, 건강보험 적용 및 건강검진 대상 심사에 성별 영향을 고려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보건의료 분야 연구 개발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우회 측은 “여성 환자들의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완충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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