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체 AI 편향성 논문 쓴 연구팀에 철회 요구
부당하다 따지자 책임자 해고 통보
“해고 아닌 사임” 구글 해명에도 논란 계속
SNS선 지지·연대 해시태그 운동도

IT 공룡 구글이 때아닌 연구 검열과 부당해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글 인공지능(AI) 기술이 데이터의 편견·혐오를 제대로 거르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자, 해당 연구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해고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가 흑인 여성이라 더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AI 윤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팀닛 게브루 박사다. 미 스탠포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AI 연구소에서 AI의 윤리적 결함을 연구해왔다. 2019년 구글에 입사해 AI윤리팀을 만들고 이끌어왔다.

팀닛 게브루 박사 ⓒ유튜브 영상 캡처
팀닛 게브루 박사 ⓒ유튜브 영상 캡처

그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구글 내부에 보낸 이메일 때문에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VOX 등 미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게브루 박사는 팀원들과 함께 구글 AI 시스템의 편향성을 분석한 논문을 다가오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구글의 방대한 검색엔진은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AI 덕에 작동한다. 책, 방송, 온라인 백과사전 항목 등에서 수집한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해석하며 조작하도록 돕는 자연언어처리(NLP) 기술이 그 핵심이다. 게브루 박사팀은 이와 관련된 구글의 신기술이 편향적이거나 혐오·차별이 깔린 내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논문은 발표되기도 전에 내부에서 퇴짜를 맞았다. 구글 고위직들은 해당 논문이 “관련 조사 결과를 너무 무시했고, 2주 전 승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기한을 넘겨” 구글 자체 기준에 미달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구글 측의 사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게브루 박사는 구글에 이메일을 보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며 구글 측이 거부한다면 사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게브루 박사에게 “즉각 ‘사임’을 받아들인다”는 답변을 보냈다. 게브루 박사는 다음날 트위터에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며 “나는 사임하지 않았다. 휴가를 떠나기 전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말했을 뿐”이라며 분노와 당혹감을 토로했다.

게브루 박사가 지난 2일 올린 트윗.
게브루 박사가 지난 2일(현지 시간) 구글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올린 트윗.

게브루 박사의 트윗은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구글 AI윤리팀 동료들을 포함해 업계 유명인사들이 SNS를 통해 그를 지지하고 구글을 비판하고 있다. “업계에 드문 흑인 여성이라서 더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IStandWithTimnit’, ‘#ISupportTimnit’(나는 팀닛 게브루를 지지한다), #BeliveBlackWomen(흑인여성을 믿는다) 등 해시태그 운동도 진행 중이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온 수학자 캐시 오닐 박사 등 저명한 여성 데이터 과학자들도 동참했다.

구글은 아직 명확한 공식 해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제프 딘 구글 부사장이 내부 연구진에게 보낸 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해고가 아닌) 사임”임을 재차 강조했을 뿐이다.

한편 미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구글과 모회사 ‘알파벳’이 그동안 직원들을 불법적으로 감시하고 노조 조직 시도 등을 이유로 해고한 정황을 지난 2일 공개했다. 2017년에는 구글 전 여성 직원들이 ‘구글이 여성에게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차별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2020년 12월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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