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이여, AI 교육혁명을 주도하라’ 주제로
제2회 2020 W-AI 포럼 개최
12월1일 오후 3~5시 여성신문TV 공개

우수한 여성 AI 인재들 사라지지 않도록
유리천장·여성 경력단절 해결해야
여성 교육·훈련·취업 적극 지원 필요

'2020 W-AI(와이) 포럼'이 지난 11월 26일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2020 W-AI(와이) 포럼'이 지난 11월 26일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나누고 있다. ⓒ여성신문

알고리즘을 발명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여성이었다. 러브레이스의 시대로부터 200여 년 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AI 시대가 우리 곁에 도래했다. 많은 여성이 ICT 분야에 진출하고 있건만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두껍다. 여성의 경력단절도 심각한 사회 문제다. 특히 IT업계는 ‘여성 인재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우수한 여성 IT 인재들이 재능을 낭비하고 사라져 버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11월 26일 열린 제2회 2020 W-AI(와이) 포럼 ‘여성이여, AI 교육혁명을 주도하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나눈 질문이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속 성큼 다가온 AI혁명에 대응하려면 경력단절·미취업 여성을 포함해 그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도전과 교육·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여성 AI 인재들 사라지지 않도록
유리천장·여성 경력단절 해결해야
여성 교육·훈련·취업 적극 지원 필요

구글의 수석전략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책 『특이점의 도래’(Singularity is Near)』에서 ‘기술 특이점’이 2040년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특이점은 컴퓨터, 반도체, AI, 유전학 등의 발달로 사람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지닌 AI가 등장하고, 인간과 AI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이다. 최근엔 이보다 더 빠른 “2025년까지 AI가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올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조영임 가천대 IT융합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25년 후에는 정말로 AI를 모르면 안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도 “앞으로는 빅데이터 활용능력이 필수가 될 것”이라며 “여성들이 빅데이터 분석, AI를 이용한 문제 해결에 능한데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여성이므로 도와야 한다’가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 여성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위태롭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WISET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여성과학기술인육성 및 지원을 위한 사업과 관련 정책·법·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빅데이터·AI 관련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빅데이터·AI 전문 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텔·KT·고누아이 등 IT 기업들과 손잡고,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관련 체험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IT기술 대중화를 위한 수업을 기획·진행하는 전문 강사를 양성해왔다. 또 빅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터 전문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안 소장은 “저희가 양성한 강사 대부분은 경력단절 여성이다. 6~70%는 교육 후 실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공자도 많아서 기본적인 개념 이해와 교육·육아 경험을 살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좋은 교육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분들이다. 기술적인 면만 지도하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경력단절 여성이나 풀타임으로 일하기 버거운 여성들이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형태로 빅데이터·AI 관련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앞으로도 관심 있는 여성들의 교육·훈련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성미영 인천대 정보기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전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회장 역시 “여성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AI시대 여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와 워크숍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온 그는 “학계·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AI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한다. 정말 인재가 없는 것일까. 고학력에 경력도 풍부한 여성들이 경력단절로 재능을 낭비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인재 확보 전쟁은 벌써 시작됐다. 여성 과학기술자 수는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여성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북돋아 대대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곳곳에서 활약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초중학생 대상 단계별 AI 기본교육을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 △각 대학에 AI학과와 전공을 설치하고 여학생 특별전형 마련 △여성 재취업자·경력단절자·프리랜서에 AI 스킬 전환(다른 직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 기회 제공 △AI 대학원·융합대학원의 여학생 비율 확대 △여성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제안했다.

'2020 W-AI(와이) 포럼'이 지난 11월 26일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신문
'2020 W-AI(와이) 포럼'이 지난 11월 26일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신문

최근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 정책 목표·방향 등을 담은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안)’을 발표했다. 여성·고경력 과학기술인 등의 활동 지원 체계 미비, 우리나라 수학·과학 기초역량 하락, 과학기술분야 석·박사급 연구인력 유입 부족 심화 등을 문제로 짚었다. 비전·목표·추진전략으로는 기초가 탄탄한 미래인재 양성, 청년 연구자가 핵심인재로 성장하는 환경 조성, 과학기술인 전문역량 제고와 지속 활약 기반 구축, 인재생태계 개방성·역동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지난 11월 19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관련 부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여러 의견과 제언을 내놨다. 성 교수는 “아동·청소년 대상 AI 교육 관련 내용이 눈에 띄었다. 다만 여성 관련 언급은 적어서 아쉬웠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AI 교육 수요에 비해 교육을 맡을 인재 풀이 부족하다”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시니어 등 생애주기별로 AI에 대한 관심도와 교육 수요가 다르다. 전문 교육을 원하는 분도 있고, 초중고생들은 ‘앞으로 새로운 분야가 뜰 텐데 이런 역할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교육과 진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처럼 더 구체적인 교육·훈련·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여러 대학·기업 등과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세라 ㈜마블러스 대표는 “교육 사업은 여성 종사자 비중이 크고 여성의 강점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인데도 여성 개발자가 정말 드물다. 그래서 여성 개발인력 양성 정책·제도를 통해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여성들이 늘어난다면 저희 같은 스타트업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미 한국여성정보인협회 명예회장·성결대 공과대 미디어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초개인화’ 학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두고 “이제 ‘지능형 교육 시스템(ITS)’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ITS란 쉽게 말해 ‘개인 맞춤형 교육서비스’다.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 한꺼번에 가르치는 기존 교육체계에서는 개인 교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알고리즘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여성들도 이러한 학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생생한 경험도 들려줬다. “대학 수업 과제로 학생들에게 각자 7~8분 길이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올리라고 했더니, 한 학기 만에 좋은 영상 결과물이 다수 남아 하나의 유튜브 생태계가 됐다. 학생들 눈높이에서만 보이는 새로운 내용이 많고, 일부 영상은 학과 홍보 영상으로 쓰이고 있다. 가르치지도 않은 VR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만든 학생, 유튜버가 된 학생도 있었다. 이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는 12월 관련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AI의 근간은 빅데이터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자체는 평등한가’라는 질문이 빠질 수 없다, 데이터 활용에 앞서 데이터에 깃든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잘 살피지 않으면 교육·취업 등 민감한 문제와 맞물려 더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동의하며 “알고리즘·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에는 대부분 남성이 참여한다. AI 비서는 거의 다 여성이고 순종적 태도를 보인다. 아이들이 AI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은연중에 편협한 젠더 고정관념을 갖게 될 수 있다. 여성이 AI 전문가나 개발자 그룹에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백란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신임 회장·호남대 교수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 속도는 느리고, AI 적용에 드는 비용이 크다 보니 산업 현장도 당장 바뀌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그래도 코로나19로 업무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이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개발 등 능력만 갖추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럴 때 여성 일자리 문제도 풀릴 거라고 본다”고 말해다.

백 교수는 또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성은 가진 역량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게 많은 현장 연구자들이 나누는 고민이다. 선배들도 고민하고 노력할 문제”라고 했다.

안 소장은 “신기술 관련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분야에서 여성들이 더 많이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여성의 참여는 훨씬 늘어야 하고, 여성이 소수자에 그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더 이끄는 위치에 올라가야 한다. 현장에 계신 교수, 기업인들의 더 활발한 논의와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여성신문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고, 한국여성정보인협회, W경제연구소가 후원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전녹화로 진행됐다. 현장 영상은 12월 1일 오후 3시부터 유튜브 ‘여성신문TV’ 채널에서 볼 수 있다.  

포럼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강연 자료는 여성신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내 페이지 http://www.womennews.co.kr/event/event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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