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분발” 주문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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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여성위원회실에서 여성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사진·민원기 기자>▶

성폭력·성매매 대책, 성인지적 예산편성 미흡

열악한 환경속 '고군분투' 격려도 이어져

올해 여성부 국정감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지만, 별다른 '특종' 없이 해묵은 과제와 총론을 나열하는 선에서 끝났다. 내년 총선과 신당창당 등 복잡한 정치일정으로 의원들의 '준비태세'가 치밀하지 않았던데다, 여성부의 주요 사업도 아직 결론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국회 여성위원회(위원장 임진출)가 지난달 26일 연 국감에서 소속 위원들은 호주제 폐지 홍보 부족 여성·가족정책 총괄전략 부재 성매매·성폭력 대책 미흡 등을 줄기차게 따져 물었다. 여성인력개발센터 부실운영, 모성보호 제도 실효성 미비 등도 다시 나왔다.

지은희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신선한 충격'을 줬던 성인지적 예산편성도 내년 관련예산이 최근 크게 깎인 것으로 드러나, 여성부가 결국 제 몫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요 쟁점을 간추린다.

쟁점① 호주제 폐지

많은 의원들은 여성부가 호주제 폐지를 위한 대국민 설득·홍보 작업에 소홀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손희정(비례)은 “올해 여성부의 호주제 폐지 홍보실적을 보면 리플렛 제작 등 6건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며 “자체 홍보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국민의식개선사업 예산에서 끌어 쓴 탓”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재희(경기 광명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사이에서 호주제 폐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반대하는 단체와 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와 설득작업을 병행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합신당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점점 커지고 있어, 여성부가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고, 한나라당 이승철 의원(서울 구로을)은 "주변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면, 새로운 호적대안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쟁점② 여성·가족정책 전략 부족

민주당 이미경 의원(비례)은 "여성부가 여성 삶과 직결된 가족정책을 여성정책과 연계해 추진하지 않으면 양성평등 실현은 더딜 수밖에 없다”며 “급증하는 이혼과 별거 등 가족해체를 막을 정책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동과 청소년 등 여성 삶과 직결된 업무를 통일적으로 기획·집행하기 위한 가족·여성부로 현재 여성부의 위상을 높이라”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비례)은 “여성부가 사업을 할 때 장기계획 없이 예산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지만, 그나마 예산 삭감률이 60%나 된다”며 “여성부는 민간단체나 지자체에 돈을 배분하는 역할이 아닌 정부 부처로서 고유한 사업을 개발하고 대국민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따졌다.

쟁점③ 여성인력개발센터 부실운영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직업훈련을 마친 뒤 실제 취업을 한 이는 10명 6명인데, 그 중 절반은 비정규직에 고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의 임차보증금(누적)은 451억원으로 여성부 전체 예산(435억원)보다 많은 실정이다.

민주당 김경천 의원(광주 동구)은 “센터 대부분 전세를 살고 있고, 그마저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 여성부가 대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이미경 의원은 “올해 상반기 직업훈련생의 30%가 중간에 훈련을 포기하고, 취업률도 39%에 불과하다”며 “여성부가 지원하는 유일한 여성전문 훈련기관이 비정규직 여성인력을 양산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쟁점④ 성매매·성폭력 대책 미흡

한나라당 손희정 의원은 “성폭력상담소 상담실적을 보면 최근 5년동안 성폭력 상담건수가 2배 늘었다”며 “그러나 강간 피해자의 5.4%만이 여성부가 지정한 폭력전담의료기관을 이용했는데,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기업의 접대비 증가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접대 등 성매매산업 확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급하다”며 “미성년자의 성매매 유입을 막으려면 청소년 정책과 성매매 예방정책을 통합 수행해야 하는데, 여성부가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쟁점⑤ 모성보호 예산 삭감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이날 성인지적 예산편성에 여성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여성부가 각 부처에 성인지적 예산편성 협조를 구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내년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 예산이 199억원 신청에서 20억원으로 깎인 것을 알고 있냐”고 추궁했다.

쟁점⑥ 여성정책조정회의 유명무실

한나라당 이연숙 의원(비례)은 “올 3월 총리실 아래 여성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한 뒤 6개월동안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은 것은 여성부의 직무유기”라며 “호주제 폐지, 보육문제 등 관계부처간 입장을 조율해야 할 사안의 경우, 조정회의 같은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기타

▲여성긴급전화1366(김정숙 의원)=지원예산은 올해 11억6000만원으로 2001년보다 4억원 늘었다. 기존상담소와 역할 중복, 관리직원 전문성 부족, 연계체계 미흡 등의 문제가 나온다.

▲여성포털 '위민넷' 네티즌 외면(이종걸 의원)=애초 수요예측엔 지난해말 50만명이었으나, 8월 현재 가입자는 4만명에 불과. 커뮤니티도 130개 뿐. 비현실적 계획으로 예산 낭비다.

▲외국인보모 실태 파악 시급(김경천 의원)=최근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합법·불법 외국인보모 실태 파악이 급하다. 지난해말 현재 조선족 여성 수는 6만3000명. 이 가운데 가사보조인으로 신고한 이는 9500명.

합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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