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사랑법] 너와 손을 잡고 나아갈 거야
[여성영화 사랑법] 너와 손을 잡고 나아갈 거야
  • 강푸름 퍼플레이 콘텐츠팀(퍼줌 에디터)
  • 승인 2020.11.28 11:47
  • 수정 2021-01-0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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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이경호 ‘신기록’

곽은미 ‘대자보’

양소영 ‘립스틱 레볼루션’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 여성 서사를 담은 영화, 젠더이슈와 성평등 가치를 신선한 시각으로 담아낸 영화, 바로 ‘여성영화’입니다. [여성영화 사랑법]은 앞으로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co.kr)’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영화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다채로운 매력이 넘치는 여성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신기록’ 스틸컷
‘신기록’ 스틸컷

 

손을 잡는다는 것은 물리적인 행위로서도, 상징적인 의미로서도 큰 울림을 준다. 손을 잡으면 상대방의 온기가 느껴지며 어떤 감각들이 전해져오곤 하는데 그것에 찌르르할 때가 있다. 슬픔, 기쁨, 행복, 걱정, 불안. 온갖 감정들이 손과 손 사이를 바쁘게 오간다. 그래서 손을 잡는다는 것은 위로를 전하고 즐거움을 나누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도 할 테다. 또는 서로를 알아봐주고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며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손을 잡는다’는 것에는 수많은 의미들이 숨어있고 때로는 그 행동 자체만으로 엄청난 힘이 발휘되기도 한다. 

여성과 여성이 손잡는 장면을 상상해볼까. 그것은 사랑일 수도, 우정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연대를 위한 손잡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누군가를 구해주는 것, 말로 다하진 않지만 곁에 있어주고 함께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것은 너와 나의 연결을 꾀하며 손을 내밀어주고 또 맞잡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신기록’ 스틸컷
‘신기록’ 스틸컷

 

“지치기 전에 올라가야죠” 
허지은, 이경호 감독의 ‘신기록’(2018)은 청년 여성과 중년 여성 간의 연대를 그린 영화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현숙(정경아)을 소진(이태경)이 구원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어느 날부터 현숙은 철봉에 매달리는 연습을 하고, 경찰 공무원 체력시험을 준비하던 소진은 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다. 입을 앙다문 채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현숙을 지켜보던 소진은 그에게 오래 매달리는 법을 알려준다. 시간이 흘러 시험 당일, 소진은 집을 나서다 화단 앞에 현숙의 슬리퍼가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앞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린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계단을 뛰어올라가던 소진은 현숙이 “지치기 전에” 도착해 끝내 손을 잡아주며 ‘신기록’을 세운다. 

남성의 고압적인 언행,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폭력의 존재들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공포를 마주하게 한다. ‘미투’ 운동이 거세게 불어닥친 그해에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특히 더 남다르고 중요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신기록’은 제39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자보’ 스틸컷
‘대자보’ 스틸컷

 

진실의 무게 
‘대자보’(곽은미, 2017)의 혜리(윤혜리)는 교수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대자보를 쓴다. 그런데 교수는 고소로 대응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에 혜리는 당황한다. 같은 동아리 일원인 민영(이민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그저 해맑다. 혜리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털어놓고 의논하고 싶지만, 민영은 동아리에 새로 들어온 후배를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결국 민영도 사실을 알게 되고, 혜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민영은 본인이 혜리의 편이라는 것을 구태여 말로 하지 않는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굳센 힘이 되고 또 그것 자체로 연대가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해준다. 두렵고 불안할지언정 서로의 손을 맞잡고 정의를 택하는 청춘들의 얼굴을 생생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 

 

‘립스틱 레볼루션’ 스틸컷
‘립스틱 레볼루션’ 스틸컷

 

이런다고 바뀝니다
양소영 감독의 ‘립스틱 레볼루션’(2019)은 성차별 발언을 일삼는 교수를 향해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청춘들을 보여준다. 수업 중 한 여학생이 화장을 하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립스틱 바르면서 시집 갈 생각이나 합니까? 하긴 뭐, 예쁜 게 안 예쁜 것보다 낫죠.” 그의 말에 분노한 친구들은 강의가 끝난 뒤 항의를 하러 가지만 학교에서는 다른 부서들로 뺑뺑이만 시킨다. 이에 그들은 학교 곳곳을 립스틱으로 도배하고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린다. 이 사건으로 다음날 온라인은 난리가 나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어 좌절하고 있을 때, 갈등을 빚었던 한 친구가 다른 동지들을 이끌고 혁명을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립스틱 레볼루션! ‘OO으로 흥한 자, OO으로 망한다’고 했던가. 교수는 자신이 조롱했던 립스틱이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힐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라도, 끈끈한 관계의 친구라도 다툼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다. 학생들은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또 화끈하게 마주잡는다. 유쾌하게 혁명에 성공하고 강의실을 떠나는 그들의 얼굴에는 후련한 미소가 떠오르고, 어느 때보다 경쾌한 발걸음은 보는 이마저 가슴을 벅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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