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슬람교 여교사 두건 착용 논란

지난달 24일 칼스루에 헌법재판소는 독일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슬람교 여교사의 수업시 두건 착용에 대해 “위헌이 아니지만 각 주의 의회가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슬람교 여인들의 종교적 상징이라 할 만한 두건의 착용 금지에 대한 법적 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997년 교원 과정 이수 후 교생 실습을 하려던 이슬람교도 페레시타 루딘(30)에게 슈투트가르트 교육청이 교생 실습 금지를 통고했다.

이슬람교 관습에 따라 루딘이 쓰고 다니던 두건에 대한 문제제기로 공무원인 교사가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복장으로 학교에서 수업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루딘의 고소로 긴 법정 공방전을 거쳐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유럽에 사는 대부분의 이슬람교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이 전통적 복장을 고수하지 않는다. 루딘과 같은 사례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각 일간지와 독일 최대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표제에 실어 다룰 만큼 사회적 관심이 높다.

두건 착용을 찬성하는 여성들은 신앙이 외부의 강압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신념이고 개인의 종교 자유는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고 주장한다.

반면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논거는 종교 자유의 보장을 위해 국가는 철저히 중립성을 지켜야 하므로 공공장소인 학교에서 특정 종교의 표현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슬람교 여성의 두건 착용 금지는 유럽의 전통적인 종교인 기독교와 대비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어느 누구도 교사가 수업시간에 십자가를 착용하는 일로 문제삼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슬람교 내 여성 지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이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특히 여성의 머리칼은 남성을 유혹하기 때문에 가려야 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슬람교의 두건 착용에 대해 여성의 성 억압과 남녀 분리주의의 상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독일 이슬람교도의 절대 다수는 터키 이민자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고향인 터키에서는 근대화 개혁 이후 대학 및 의회를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두건 착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이며 여성운동가인 알리스 슈바르쯔 역시 루딘에 대해 “두건을 옛 십자군 전쟁의 깃발처럼 들면서 여성해방을 후퇴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딘의 신앙 표현에 대한 권리 주장이 여성 지위 향상 구도에 역행하는 종교 근본주의의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함수옥 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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