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신간] 김수정, 『아주 오래된 유죄』 (한겨레출판)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20년간 투쟁해온 변호사 김수정의 첫 단독 저서로, 부제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이다. 제목과 부제에서 읽히듯, 저자가 법정에서 ‘여성을 위해’ 변론하며 기록한 치열한 투쟁기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그 자체로 유죄라는 절망적이고도 비판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법은 여성의 편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N번방 사건, 직장 내 성희롱, 가정폭력,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 시의적인 이슈들을 주제별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해온 중대한 범죄들에 대해 법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법조인의 눈으로 적확하게 바라본다. 여성 인권의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호사로서 벽에 부딪히면서도 끈질기게 여성 차별과 배제에 대항하고 연대하는 저자의 간절한 목소리가 큰 울림을 준다.

"이렇게 상시적인 긴장 속에서 고단하게 살고 있는 여성이 어디 나뿐인가.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연극계·문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이어진 여성들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사실 고발과 이에 연대하는 해시태그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나는 격려의 박수를 치기보다 속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여전히 여성의 삶은 고단하다는 사실, 그리고 오직 위안이 되는 것은 ‘나도 겪었다’고 외치는 슬픈 연대라는 사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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