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공중보건 전문가와 과학자 등 13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발표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결정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개표와 관련한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적지 않은 최고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1900년이후 120년만의 최고 투표율(66.8%)을 기록했고, 사전투표자도 1역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였다. 바이든 당선자는 역사상 최고령(78세) 미국 대통령으로 등극할 예정이고, 미국 대선 사상 가장 많은 표(최소 7,535만표)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되었는데, 1896년 대선이후 12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와 같은 전례 없는 기록들이 주는 함의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속에서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음을 보여준다. 뉴욕 타임지는 “미국이 수개월간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코로나19 급증세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했고, 경제 재개를 원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의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요한 과제로 ‘코로나19 억제’가 52%, ‘경제 재건’이 42%이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 국민 10명중 6명은 코로나19가 투표 결정에 ‘중요하다’(‘가장 중요하다’ 23%, ‘중요하다’ 37%)는 응답했다.

선거의 본질은 심판이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분열주의, 품격 상실, 민주주의 훼손, 코로나 위기 대처 실패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대세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올해 초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 격차는 한때 4% 포인트대로 좁혀졌다. 국가가 위기 상황일 때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랠리 라운드 더 플래그'(Rally round the flag)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파격적인 감세, 규제완화 그리고 리쇼어링으로 요약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물가상승률(1.8%)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실업률(3.5%)이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가운데 경제 성장(2.2%)을 지속하면서 사상 최장 호황을 기록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가장 많은 표(약 7300만표 이상)를 얻고 낙선한 이유다. 그러나 도무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 위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 실패와 그로 인한 경제난이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그동안 경제적 성공은 대부분 잊어버리고 바이든을 선택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축약하면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특히, 여성, 젊은 세대, 중도층, 무당층에서의 반트럼프 투표가 바이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56%가 바이든 후보에 투표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는 43%에 불과했다. 18~29세 젊은 층의 62%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중도층에선 64% 대 34%, 무당층에서는 54% 대 41%로 바이든이 크게 앞섰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7일 당선 첫 대국민연설에서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상대를 악마처럼 만들려는 시대는 여기서 끝내자”고 호소했다. 바이든 당선자의 치유와 통합의 정치가 새로운 미국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흑인 여성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평등과 자유, 정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여성들 모두가 ‘민주주의 중추’임을 증명한다”고 썼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 최초로 흑인,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이 탄생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100년 전 여성들을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했다. 불합리와 차별에 맞서 싸웠던 여성 운동 개척자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해리스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 교체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단언컨대, 본격적인 ‘여성 시대’가 오고 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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