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선영 여성의당 신임 정책자문위원장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위원이
정당 자문위원장 맡아 화제
“20년 연구 통한 얻은 전문성
여성의당 확장성 위한 거름으로”
코로나 이후 급변한 환경 대응
노동·돌봄 분야 여성의제 관심
“청년여성의 삶 반영한
여성정책 제안하겠다”

 

여성의당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수형 기자
여성의당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수형 기자

 

“지금 여성들의 ‘조용한 혁명’과 여성노동자에 대한 ‘조용한 학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박선영 여성의당 정책자문위원장(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토론회 등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조용한 혁명’과 ‘조용한 살인’은 2020년 여성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현이라고 봤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미투 운동, 혜화역 시위 등을 거치며 여성들이 법·제도에 변화를 일으키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며 ‘혁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성노동자들이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스러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극과 극 상황에 놓인 여성들에게 내 연구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여성의당의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03년부터 17년째 여성·가족·노동 법제도 연구를 해온 젠더정책연구자다. 정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해 자문 역할을 하며 법률 시스템 개선에도 앞장서왔다.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정당 정책자문위원장을 맡는 일은 흔치 않다. 박 위원장은 여성의당 창당 초기 법적 근거 마련에 도움을 줬지만, 정책자문위원장 제안에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일각에서 여성의당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정당 정책자문위원장 자리를 맡는 것이 괜찮을까하는 고민도 있었다”며 하지만 “여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 처음 탄생했고, 총선에서 21만표를 얻은 상황에서 여성의당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의당 정책자문위원장도 그동안 해온 정부 자문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판단했다”며 “정책 연구자로서 20년 동안 쌓은 전문성이 공공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렵게 여성의당이 만들어진 만큼 더 많은 여성과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 ⓒ홍수형 기자
여성의당 정책자문위원장 ⓒ홍수형 기자

 

여성의당은 ‘여성 의제를 전면으로 내세운 정당’이다. 지난 2월 창당을 결의해 27일 만에 당원 1만명을 모았고 세계여성의날인 지난 3월8일 창당했다. 당원 90%는 10~30대 여성이다. 창당 38일 만인 지난 4월 치룬 21대 총선에서는 20만8697표(득표율 0.74%)를 얻어 원외정당 2위를 기록했다.

박 위원장은 “여성 의제를 전면에 내걸고 여성의당이라는 이름으로 공당이 만들어졌고, 창당 결의 한 달 만에 10~30대 여성들이 참여해 정당을 창당했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총선을 치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여성의당이 여성을 아우르는 명실공이 ‘여성의당’이 되려면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며 “정책자문위원회에서는 여성 안전 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 문제와 돌봄, 주거, 생태, 빈곤, 소득 등 다양한 문제를 성인지성에 입각해서 만들어내고 확장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030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청년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필요로 하는지 대화를 나눌 창구조차 없었다”며 “여성의당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불평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애 설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공론화하고 정책을 논의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이들의 삶이 녹아있는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참여’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제는 여성이 만드는 정책을 제안하는 동시에 선거에서 ‘표’로 여성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거리에서 수십 만 명의 여성이 모여 목소리를 냈지만 정책과 정치를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선거에서 결집된 표로 여성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 뿐만 아니라 내 사례처럼 당원이 아니어도 정당과 결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며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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