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기자·여성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눈여겨본 올해 대중매체 속 여성 캐릭터들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이야기, 불쾌하고 성가신 남자들과 편견이 판치는 세계에서 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인기입니다. 물론 몇몇 틀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존재가 여성입니다. 여성신문 기자들과 가수, 배우, 웹툰 작가, 체육인 등 여성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덕질’했던, 눈 여겨본 대중매체 속 여성들을 꼽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나다움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여성캐릭터들을 여성캐릭터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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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속 한여진(배두나) ⓒtvN

한여진 (배두나/tvN ‘비밀의 숲2’) : 이 여성 경찰을 보라

‘비밀의 숲’ 속 한여진(배두나)은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대학에 합격해 용산경찰서 강력계에서 일하는 경찰이다. 남자 경찰 못지않게 뛰어난 운동신경, 남자 검사들과 대면해도 뒤지지 않는 브레인을 갖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성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웠다. 남자들도 어려운 강력계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범인을 잡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멋진 모습이 여성으로서 정말 존경스러웠다. 분명히 저런 경찰이 실존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백명선 보령예술 대표)

ⓒ유튜브 영상 캡처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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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제작진 : 타인의 곤란함을 소비하지 않는 예능

작년에 이어 올 한 해에도 문명특급이 웃음을 책임졌다. 문명특급은 SBS 디지털뉴스랩의 웹예능 프로그램이다. 11월 4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90만명에 달하는 인기 콘텐츠다. 듣기에는 어쩐지 부끄러운, 그러나 중독성 있는 케이팝을 소개하고 원곡의 가수나 작사가, 안무가를 만나는 ‘숨듣명(숨어듣는 명곡)’이 가장 인기다. 문명특급은 다른 사람의 곤란함을 먹이 삼아 웃음을 키우지 않는다. 추석 특집으로 편성된 '숨듣명 콘서트'를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PD이자 진행을 맡은 재재뿐 아니라 조연출 야니, 작가와 인턴 등 문명특급의 뼈대를 세우는 제작진에게 큰 감사를 표한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웹툰 ‘정년이’ 서이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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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와사비 ⓒ유튜브 영상 캡처

퀸와사비 (Mnet ‘굿걸’) : 트월킹을 따라 춰봐

초록 머리를 휘날리며 그가 등장했다. 짧은 바지를 입고 깊게 파인 타이트한 옷을 걸친 채 엉덩이를 흔든다.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고 판단된 단어와 표현이 난무하고 그 문장을 결단코 가려내겠다는 의지는 비트 위에 또 다른 비트마냥 끝없이 깔린다. ‘삐- 삐-’ 그런 그를 나는 그냥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턱이 빠졌던가? 이것이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활짝 웃는다. 오랜 시간 동안 고리타분하게 들어앉아 고고히 대금 불던 양반 따위가 모니터를 뚫고 들어가 음악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커다란 재킷으로 그를 덮을 새도 없이 나는 무방비로 그에게 노출됐다. 말 그대로 멋대로 무대를 누비던 그를 보며 트월킹을 한번 따라 춰본다. 내 엉덩이는 내 맘대로 안 움직여도 움직이려는 의지는 내 의지대로다. 나는 겁이 많아서 세상에 무서운 게 진짜 많은데, 언니가 그러면 뒤로 숨으랬다. 꼭꼭 숨어 도포를 찢어버리고 촘촘하게 짜인 갓에 구멍을 내야지. (손수현 배우·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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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민경 ⓒ유튜브 영상 캡처

민경장군 (김민경/웹예능 ‘오늘부터 운동뚱’) : 이 여성의 운동은 여성운동이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어린 시절, 텔레비전 속 운동 기구 광고의 성우는 항상 저렇게 말했다. 운동은, 특히나 여성의 운동은 대체로 미를 위해, 타인의 눈을 위해 존재했다.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체육 시간 여자들은 피구를 했고, 나중에는 무용 수업을 하다가 점점 자율학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운동은 일터에서 짐 드는 것뿐인 술꾼이 되었다. 그런데 민경 장군(김민경)이 나타났다. 팔씨름, 필라테스, 축구... 다 잘하는 마흔 살... 보다 보면 괜히 셔츠를 올려 내 팔 한 번 보게 되고,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계속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해지던 것들이 내게로 오는 기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새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비남성들의 댓글이 땀방울처럼 맺혀있다. 읽어보면 무언가가 차오른다. 이 여성의 운동은 여성운동이다! (신승은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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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꽃비 롯데주류 팀장 ⓒ유튜브 영상 캡처

주류회사 유 팀장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 당당한 워킹맘을 응원해

유꽃비 롯데주류 팀장은 남자 직원들이 대다수인 회사에서 유일한 여자 팀장이었다. 강인하지만 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무실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 동시에 일에도 열정적인 모습과 철저하고 친절한 고객관리가 눈에 띄었다. 팀장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다양한 호칭들 사이에서 모든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일을 당당하고 또 멋지게 해내는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안정은 런더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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