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연...18~29일 다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국내 첫 무대화
2019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작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휴먼 푸가’의 공연 장면. ⓒ남산예술센터/이승희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휴먼 푸가’의 공연 장면. ⓒ남산예술센터/이승희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공동 제작한 ‘휴먼 푸가’(원작 한강, 연출 배요섭)를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선보인다.

원작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로, 지난해 11월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됐다. 당시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관객과 평단의 찬사에 힘입어 지난 5월 다시 남산예술센터에서 상연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는 18일로 연기됐다.

‘휴먼 푸가’는 연극과 문학이 만난 작품이다. 원작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린다. 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는 소설 구조는 독립된 멜로디들이 반복되고 교차되고 증폭되는 푸가(fuga)의 형식과도 맞닿았다. 배 연출가는 “이미 소설로 충분한 작품을 연극으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연극 ‘휴먼 푸가’는 소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 국가가 휘두른 폭력으로 인해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고, 춤추지 않고, 노래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연극이 가진 서사의 맥락은 끊어지고, 관객들은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간다. 슬픔, 분노, 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고,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도한다.

‘고통에 대한 명상’, ‘바후차라마타’, ‘이 슬픈 시대의 무게’ 등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오랫동안 작업해온 고통의 사유와 방법론이 집약될 ‘휴먼 푸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위의 배우이다. 배우는 신체의 움직임과 오브제를 변주하고 교차하고 증폭시켜 감각의 확장을 꾀한다. 배우 각자의 움직임과 오브제를 발견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을 거쳐 원작의 문장들은 더욱 생생한 감각의 언어로 치환된다.

21일 공연 후에는 한강 작가와 배 연출가가 ‘관객과의 대화’를 나눈다. 올해 ‘휴먼 푸가’ 티켓을 소지한 관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해 광주에서도 ‘휴먼 푸가’가 공연된다.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확산하고 공유한다.

‘휴먼 푸가’는 4일 오후 2시부터 남산예술센터 누리집(www.nsac.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석 3만원, 직장인 2만4000원, 소설 「소년이 온다」 소지자 2만 4000원, 청소년・대학생 1만 8000원, 장애인・국가유공자・65세 이상 1만5000원. (예매 및 문의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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