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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 민주당 의원(은평갑지구당 위원장)

얼마 전 모 방송국의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여성할당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여성을 50% 할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반 토론을 벌이는 것이 새삼스러웠지만, 여성의 정치참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리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과연 50%를 할당할 만큼 능력있는 여성이 있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다. 현재 국회의원 의석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비례대표 의석의 50%는 23명으로, 전체 비율로 따지면 8.4%에 불과하다.

2001년을 기준으로 세계여성의원 평균 13.8%, 아시아 평균 15.1%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치다.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를 실시해도 우리나라 여성의 의회 참여수준은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인간개발지수 세계 30위를 자랑하며 남녀의 교육수준 격차가 1.8년에 불과한 우리가 모든 정당을 통틀어 국회의원 자질을 가진 여성 23명을 찾지 못한단 말인가.

여성할당 반대론자들은 무조건 할당제를 하면 그 여성이 자질이 있는지 어떻게 검증하느냐고 묻는다.

공정경쟁 출발은 할당제

20세 이상 유권자의 50%를 넘는 여성 가운데 23명, 이보다 더한 검증이 또 필요한가. 여기서 나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에게 더 엄격한 평가기준을 들이대고 그녀의 결함이 무엇인가를 파헤치려는 이중성을 본다.

여성들은 임신, 출산, 육아로 사회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여성들은 동료 남성에 비해 승진의 기회가 절대적으로 적고 기회가 와도 5∼6년 늦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전문가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사회적인 환경을 배제한 채 여성에게만 유난히 자질을 강조하는 것은 경쟁의 기본 법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자질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정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구성돼야 한다.

여성 몫을 대변할 수 있는 여성대표가 참여해야 한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급조된 일회성 이벤트처럼 여성후보를 찾아서는 안 된다. 일상적이고 체계적으로 각 분야 전문 여성을 발굴하고 정치적 역량을 높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 두 가지 조건이 각 정당의 당헌·당규로 제도화되고 선거법 개정을 통해 여성비례대표 50% 할당제를 의무화한다면 1인2표제의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기정사실이 된 제17대 총선에서 현재 177개국 중 90위인 세계 최하위 여성의원의 비율을 높이는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역구 활동·네트워크 구축 관건

그러나 비례대표 할당제만으로는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명백하다. 지역구에 도전해서 여성의 힘을 보여 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길이다. 지역구 여성후보 할당제 도입과 경선에 대비한 여성 후보 지원대책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최소한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기초를 확보하는 선에서 할당제를 요구한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30%에 이를 때까지만 할당제를 하자는 것이다. 조직과 재정능력에서 취약한 여성들이 지역구 경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 가산점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의회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은 지역구와 연계하는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치 무대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지역에서 봉사하고 정당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총선 출마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으로 돌아가 봉사하고 실천하자. 창조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된 여성들이 지구당 활동에 참여할 때 돈선거, 동원선거의 구태를 밑에서부터 개선할 수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정치개혁의 시작인 것이다.

UN의 권고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정치참여는 의회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기초이며 인권의 문제다. 내년 총선 때 전국의 지역구에서 여성바람을 일으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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