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를 정치개혁 출발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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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학생운동 4년, 재야활동 6년, 정당활동 12년, 의정활동 7년. 양경숙(41) 민주당 종로지구당 부위원장의 20년 약력이다. 활동의 장은 달랐지만 정치·행정 개혁이라는 틀만은 일맥상통하는 시간들이다.

“창덕여고 3학년 때 박정희가 죽고 12·12 쿠데타가 일어나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무수한 데모대들을 학교 근처에서 마주치면서 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황을 시작했죠.” 이런 그에게 학생운동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대학 졸업 1년 전인 84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 제 발로 찾아갔다. 양 부위원장은 91년 신민당에 영입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최루탄을 맞고 거리에서 시위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90년 말부터 신민당에 들어가 당직활동을 시작했어요. 대변인실, 여성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부장을 두루 거치면서 정치 경험을 쌓았죠.” 종로지구당과 만난 것도 당직자 시절인 92년이다.

예산·재정 전문가로 명성

양 부위원장은 95년 32살에 종로 제2선거구에서 제4대 서울시의회의원으로 당선, 종로구 최초의 여성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의정활동으로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의원으로 불리기도 했던 양 부위원장은 98년 5대 서울시의회의원 재선에 성공, 예산·재정 전문의원으로 자리잡았다.

예산과 재정에 대한 관심은 양 부위원장을 다시금 학교로 이끌었다. 97년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데 이어 지금은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밟고 있다. 양 부위원장은 2000년 남성의원들과 경선을 통해 재정경제위원장으로 선출, 서울시의회 유일의 여성 상임위원장이 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보통 여성들은 환경·문화·교육 쪽에 관심을 갖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여성이 꼭 그 분야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죠. 이제는 여성들도 민족의 장래를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할 땝니다.”

남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예산·재정 분야가 양 부위원장에겐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예산은 국가 정책의 총괄서라고 할만큼 중요한 부분인데 허술하게 다뤄지고 있어요. 제가 직접 뛰어들어 국가의 재정을 운영하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싶어요.” 국가의 재정사업에 참여하고픈 간절한 열망과 나라면 정말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함께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는 소외된 계층이 괴로워하지 않고 누구나 자부심 갖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게 가장 빠른 길이죠.”

사회개혁은 정치를 통해 가능하다고 여긴 양 부위원장은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기 위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를 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고 했다. 양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정치불신을 깨기 위해서라도 정치판에 꼭 들어갈 각오다. “정치불신은 정치권이 초래한 거나 다름없죠.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신당 논의도 그렇구요. 정치불신이 높을수록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 불신을 타파할 수 있다고 봐요.”

신당 참여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양 부위원장은 '여성'들이 정치개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내년 총선에서 여성들이 대거 출마하고 당선되기를 국민들도 열망하고 있어요. 여성을 공천하면 불리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몰표를 받을 가능성이 있죠. 정치불신이 높은 만큼 정치개혁 열망이 높으니까요.”

정치개혁 열쇠는 여성

양 부위원장은 95년부터 8년 넘게 종로지역발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수백 년을 종로에서 토박이로 살고 있는 집안의 맏며느리다. 그에게 종로발전은 고향의 발전과 다름없는 것. “종로에는 문화예술인이 많이 살지만 지금은 문화적인 특성이 많이 사라졌어요. 전문가와 대중이 함께 하는 문화운동을 펼쳐서 종로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정치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정치만큼 매력적이고 보람된 일이 없다는 양 부위원장. “국민들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죠. 제가 그런 내용들을 계속 보여주었기 때문에 유명인도 아닌 제가 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제게 준 믿음을 계속 지켜갈 겁니다.”

▲62년 전북 남원 출생 ▲87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조직부장 ▲91~95년 신민당·민주당 중앙당 대변인실, 여성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부장 ▲95년 제4대 서울시의회의원 당선(종로 제2선거구) ▲95∼현재 민주당 서울 종로구지구당 부위원장 ▲97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 ▲98년 제5대 서울시의회의원 재선(종로 제2선거구) ▲94년∼02년 전국여성광역의원협의회 사무총장 ▲00∼02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 서울산업진흥재단 이사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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