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 디지털 성범죄 양형안 공청회

 

김명수 대법원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공판에서 선고를 내리고 있다. ⓒ대법원
ⓒ대법원

오는 1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양형 기준안을 마련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제14조의3(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각 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성인 피고인에 적용한다.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양형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과 관련된 주요 내용과 전문가들의 비판을 정리했다.

양형기준이란?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기준은 양형인자를 감경인자와 가중인자로 나뉘며 양형에 영량을 미치는 정도를 고려한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지로 다시 구분한다. 양형기준 자체가 형을 내리는 데에 구속력은 없다. 다만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내릴 때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 해야 하고, 일정한 피고·원고의 사정을 헤아리는 기준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간담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OUT'이라는 펫말이 놓여져있다.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간담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OUT'이라는 펫말이 놓여져있다. ⓒ홍수형 기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왜 일반 성범죄와 다른 기준이 필요할까?

양형위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설명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아동·청소년의 보호와 함께 건전한 사회 성 풍속 보호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따라서 만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모든 성폭력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성립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와는 독립된 범죄군으로 설정됐다. 기존의 성범죄와 달리 디지털 기기 등을 주로 이용하는 범행 수법과 함께 광범위한 피해를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고려됐다. 일반 성범죄의 양형 기준에 포섭될 경우 상해·사망 등 피해도 함께 양형 기준에 포함되나 디지털 성범죄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바뀐 양형인자 설명: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인자와 주요 논란 

지난 9월 양형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주요 양형인자를 확정해 발표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인자. ⓒ양형위원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인자. ⓒ양형위원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의 양형인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는 요소는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가중요소)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감경요소) △처벌불원(감경요소) △진지한 반성(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감경요소) 등이다.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 및 ‘처벌불원’은 가해자의 피해자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설정한 것으로 양형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는 유포 전 즉시 삭제 때만 상응하기 때문에 ‘유포된 성착취물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에만 일반감경인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대표 또한 “유포 전 즉시 삭제 및 폐기는 구성요건에 맞춰 적용 법률을 달리 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삭제와 폐기 행위는 증거 인멸과 구분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처벌불원에 대해서도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성범죄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어떤 법적, 사회적 의미인지 또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가중인자인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도 비판 대상이다. 예시로 ‘고도의 지능적 방법동원’, ‘신종의 전문수법을 창출한 범행’을 드는데 실제로는 단순하고 집요할 뿐이며 그 자체로 매우 불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요 비판이다. 아울러 범죄 형태를 더 고려해서 세밀해져야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윤정 강원대학교 법학전문원 교수는 “제작 행위와 관련된 불량한 수법과 배포행위와 관련된 불량한 수법은 분리될 수 있다”며 “‘고도의 지능적 방법’ 등은 금융, 재산 범죄에서나 전형적인 불량한 수법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불량한 수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범죄 피해의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피해자의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나 유포의 대상이 된 이들과 피해자의 관계 등이 가중요소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지한 반성’은 이번 양형기준에서 또한 구체적인 행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서 대표는 “증명과 측정이 불가능하고, 피고인들은 감경요소로 반성을 인정받으려 대행업체에서 반성문을 구입하고 있다”며 가해자의 반성문이 도리어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중 시킨다고 밝혔다. 반성문 제출, 성폭력상담소 후원 증빙, 헌혈 증빙 등 몇 가지 요소가 성폭력 가해자의 주요한 감경 전략으로 쓰이는 것 또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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