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별장 성폭력' 발생 후 2013년에서야 알려져
2013년·2014년 피해자 고소했으나 검찰 '무혐의 처분'
1심 재판부 "검찰 책임 방기" 지적
결국 공소시효 지나 면소 판결
성폭력 사건, 기소조차 안돼

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故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검찰수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9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 은폐·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성신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김 전 차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 중 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스폰서’ 노력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수수한 4300만원에 대한 부분이다. 이밖에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수수한 1억3100만원에 대한 뇌물과 ‘액수 산정 불가능’한 13차례에 걸친 접대성 성폭력은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 면제) 결정됐다. 

2003년부터 시작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의 이른바 ‘별장 성폭력 사건’의 주요 쟁점 및 사건에 대해 정리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수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수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3년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과 함께 알려진 ‘별장 성폭력 사건’

김학의·윤중천의 ‘별장 성폭력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난 것은 2013년의 일이다. 2013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무부 인사 배치에서 당시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이던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임명 직후 건설업자 윤중천의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있었던 어떤 모임의 영상이 정치권에서 떠돌기 시작했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영상을 입수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별장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의 촬영 시기는 2006년 7월에서 8월 사이 촬영된 것이다.

이때 해당 별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A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했다. 고소 전 윤씨의 아내 B씨는 A씨를 윤씨와 간통했다고 고소했다. A씨는 “김학의 차관을 접대했다”고 밝히고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2006년 7월 지인과 아는 교수 등에 의해 건설업자 윤중천 소유의 별장에 가게 됐다. A씨는 별장에서 일반 대학생을 비롯한 여러 명의 또다른 피해자와 함께 약물, 폭행, 협박을 수반한 성폭행과 불법촬영 등을 겪었다. 윤씨는 이때 촬영한 영상과 그루밍 성폭력으로 A씨를 길들이고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이들에 A씨를 이용해 접대성 성폭력을 저질렀다.

경찰은 2013년 7월18일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확정 발표했고 피해자 30여 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죄 등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11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영상 속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4년 피해자 A씨의 2차 고소

2014년 7월 A씨는 다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했다. 불법촬영, 협박, 폭행 등이 수반되었음을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A씨에게 상가와 오피스텔을 주었고 해당 장소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

당시 A씨는 윤씨가 가족들에게 보낸 불법촬영 영상을 제출했으며 이는 윤씨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협박을 위해 보낸 것과 같았다.

그러나 검찰은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윤씨로부터 받은 상가와 오피스텔을 경제적 실리를 취한 대가라고 봤다.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위원회 발족 후 추가 조사

2018년 4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발족되고 ‘별장 성폭행 사건’이 재검토 대상이 됐다. 2019년 3월 진상조사단이 대규모로 꾸려졌으며 당시 경찰이 많은 자료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때 민갑룡 경찰청장이 “2013년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성폭력)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동영상을 추가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 간 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진상조사단의 호라동 기한이 연장됐다. 그러나 이틈을 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대역을 세우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들통났다.

이후 추가 조사를 거친 후 5월16일 김 전 차관이 구속됐으며 22일 윤씨가 구속됐다.

6월 검찰은 윤씨에 대해서는 A씨에 대한 강간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알선수재, 공갈, 무고 혐의으로 기소 했다. 김 전 차관은 1억 3천만원 가량의 금품 수수 및 액수 산정 불가능한 형태의 뇌물, 즉 접대성 성폭력에 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는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6년 9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원주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피해여성 A씨와 6차례 성관계(액수 불상 향응)를 제공받았다.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말까지 7회에 걸쳐 현금·수표 1900만 원, 시가 1000만 원짜리 그림, 200만 원정도의 명품 의류 등을 받았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의 지인 B씨가 자신에게 진 채무액 1억 원을 ‘나중에 잘 봐달라’며 면제해줬다. 김 전 차관은 2012년 4월 윤씨의 부탁으로 특정 사건 진행상황을 파악해 알려줬다. 사업가 최모씨도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에게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상품권을 보내고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약 395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줬다. 그러나 윤씨와 최씨의 뇌물공여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

김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빠졌다. 수사단은 A씨의 진술을 믿을 만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김 전 차관이 직접 A씨를 폭행·협박하지 않았고, 윤씨의 강요로 A씨가 성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김 전 차관이 알지 못했으며 관련 사진 등은 김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대신 수사단은 윤씨가 지속적으로 A씨를 폭행·협박해 성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A씨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됐다며 윤씨에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윤씨와 B씨의 무고 사건은 윤씨와 B씨가 내연 관계임에도 윤씨가 부인에게 B씨를 간통죄를 고소하라고 시키고 B씨는 윤중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며 두 사람을 모두 무고 혐의로 기소하고 윤씨에는 무고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1심 재판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1월1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위반(강간 등 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총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 8000여 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사기 등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지만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된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면소 혹은 공소 기각으로 판결했다.

윤씨는 피해여성 A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게 하고 2006년 겨울께부터 세 차례 걸쳐 A씨를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019년 11월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와 함께 동부 구치소에 3개월여 수감됐던 김 전 차관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관련자 진술 신빙성의 부족과 대가성 입증 실패 등을 이유로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1억원에 달하는 제3자 뇌물 혐의는 혐의 인정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1억원의 뇌물이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나머지 3천여만 원과 액수 불상의 접대성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뇌물 액수가 1억 원 미만일 때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뇌물은 2008년 2월 받은 것으로 인정됐다. 최씨와 김씨로부터 받은 2억원 상당의 뇌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뇌물의 시점에 따라 무죄, 혹은 공소시효 완료에 따른 면소로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2007년 11월13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불법촬영 된 사진에 대해 “이 사건 사진 상의 남성은 피고인(김학의)로 봄이 상당하고 다른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A씨에 대한 성폭행을 윤씨가 촬영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뒤집힌 김학의의 운명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백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0년~2011년까지 이른바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과거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점에 비춰봐 다시 형사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고, 김 전 차관이 대가성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도 금품을 받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검사가 언급했듯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 전 차관이 2006년~2008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1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는 면소 판단했다.

윤중천씨로부터 수수한 1억 원은 김 전 차관이 여성 A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윤중천씨가 A씨로부터 받아야 할 상가보증금 1억 원을 포기시킨 제3자 뇌물이다.

뇌물액수 1억 원 이하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그러나 3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시점은 2008년 2월로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이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받고 석방됐던 김 전 차관은 법정구속 됐다. 김 전 차관은 자신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진료 기록이 있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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