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버스운전을 하던 아빠는 ‘인간다운 삶 쟁취’를 요구하며 여러 번 파업에 돌입했었다. 2011년 파업이 시작되고 언론사들은 ‘시민들의 발 묶어’,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라는 말들로 파업을 왜 했는지 보다,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댓글에는 온갖 욕이 쓰여 있었다.

2일 맞교대. 16시간에서 20시간을 일했다. 쉽게 말하면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다. 일한 다음 날은 쉬는 날이지만 아빠는 지쳐 쓰러져 잠드는 날일뿐이라고 말하셨다. 급여는 186만 1000원. 10년 간 동결된 급여였다.

아빠는 잠을 쪼개어 자며 일하셨다. 핸드폰 알람 기능 설정법을 내게 배워 배차 시간에 여유가 잠시라도 생기면 조금이라도 주무셨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아빠의 빨간 버스를 운 좋게 타던 날에는 아빠의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곤 운전하다가 손님들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곤 도로 한 켠 버스를 정차한 후, 후다닥 건물 화장실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아빠의 몸은 고장 나기 시작했다. 회사 또한 형편없었고 그만큼 아빠의 처우는 열악했다.

고 노회찬 의원님이 말씀하셨던 6411번 버스에서 새벽 일찍 운전대를 잡고 운행을 시작하던 그 누군가는, 인생의 오랜 시간을 버스 운전기사로 살았던 우리 아빠의 모습이었다. 정치인이 된 나의 선택에는 당연하게도, 슬프게도 모두 아빠의 삶이 묻어있었다. 지금의 세상을 바꿔낼 역할과 책임은 정치에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대변인을 맡고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부고 소식을 전한다. 익숙하지 않았던 죽음이 ‘또’ 라는 탄식과 함께 매일 보는 뉴스가 되어 다가올 때,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끝없는 죽음 앞에 달라지지 않는 현실만이 노동자들의 삶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람이 죽어도 달라지지 않는 작업환경과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었다. “몇 만원의 안전 난간만 설치되어 있었다면” “쉬는 시간을 보장했다면” “제대로 된 급여가 책정되었다면” 이라는 말들이 따라오는 죽음 앞에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판교의 오징어배라고 일컬어지는 IT노동자들로, 크레인 추락 사고로 친구를 잃은 보건교사 안은영의 모습으로 말이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부고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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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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