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코디네이터 추가영씨

'드르르륵…' 소리만으로 지레 겁부터 나게 하는 치과. 요란한 기계음과 소독약 냄새로 가득한 치과가 이제는 우아한 클래식 음악과 은은한 조명, 아로마향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환자를 기다린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아름다운 미소 치과'를 들어서면 입구에서 깔끔한 정장을 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이가 있다. 이 병원 코디네이터 추가영(28)씨.

경력 4년 차 그는 출근하면 곧장 음악이나 조명, 실내향기 등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병원환경부터 꼼꼼히 살핀다. 그리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환자들의 문의 내용에 대한 답변과 상담, 스케줄 관리 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A환자의 치료상태가 좋아졌네.'

'B환자는 수술에 대해 겁을 많이 먹었군. 충분하게 설명해 줘야 겠어.'

이처럼 추씨는 각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한다. 인터넷으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 외에도 전화 상담이나 예약 접수,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일, 치료내역을 설명하고 비용을 상담하는 일, 스케줄을 챙기는 일 등 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일을 전담한다고 볼 수 있다. 때에 따라 직원들의 친절교육 및 의료 세미나, 프로젝트 등의 기획업무도 담당한다.

이 중에서 특히 추씨가 신경 쓰는 일은 평소 환자관리다. 응급환자가 드문 치과에서는 주치의 개념을 도입, 환자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리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을 앞두고 겁에 질린 환자에게 현재의 상태와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미리 설명하고 잠시잠시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사적인 농담도 건넨다.

“스케일링 언제 받으셨어요? 많이 상하셨는데요. 지금 한번 해 드릴께요.”

“어제 그 드라마 보셨어요? 주인공이 다음 회에 여자를 대신해 죽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고 환자는 상황에 빨리 적응하게 된다.

가끔 아파서 짜증을 내는 환자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게 환자들의 본심이 아니라고 믿기에 병원 코디네이터가 그리 힘들지는 않다는 추씨. 보통은 코디네이터 의료서비스에 만족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만큼 약속 이행률도 높아지는 것.

추씨는 또한 “코디네이터는 중간관리자”라고 설명한다. 환자와 의사의 입장이 존재하는 병원에서는 긴밀한 의사소통 역할을 해야 하며, 전문의 2명과 위생사 4명이 함께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두 계층 간 원활한 임무 수행을 도와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의학전공이 아니라 차트 하나 하나 익혀 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려운 의학용어도 환자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추씨. 그는 앞으로 모든 병원에 병원 코디네이터 업무가 정착될 거라고 전망했다.

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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