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여행박사 양준일 사장, 조직장에 ‘해고의 변’ 메일 보내
희망퇴직 위로금마저도 대출로 지급
"100만원이 100명이면 1억...그 알량한 돈이 없다"

양준일 NHN여행박사 사장이 20일 사내 조직장들에게 보낸 메일.ⓒ커뮤니티 캡처

 

중소 여행업체인 NHN여행박사가 250명 가량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양준일 사장이 쓴 '해고의 변‘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 사장은 20일 사내 조직장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눈을 떠 보니 이 시간이네요. 술을 좀 먹고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보내려다 식탁에서 잠이 들었네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양 사장은 ”몇 번을 쓰고 지웠는지 모릅니다. 드라이하게 사유만 적을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까.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원했지만 오고야 말았다“라고 직원 해고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 사장은 이어 ”누군가는 모든 게 계획이지 않았냐고 분노하시겠지만 이런 이야기만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라며 ”6개월 전 부임할 때만 해도 좋은 회사 만들어보겠다는 것은 진심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여행업에 와서 만난 분과 술 한잔 할 때, 들은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며 ”(그분이 그러셨다) 여행업은 미래를 가불해서 살아온 것 같다. 수탁고는 늘었고 통장은 가득했기에, 제 살 깎아 먹는 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양 사장은 ”정상이 비정상이고 비정상이 정상 같은 이상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그냥 지금처럼 살다가 여행이 재개되면 다시 출근하고 일을 하면 좋겠지만 실낱같은 연을 유지하기에도 회사가 숨만 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양 사장은 이번 해고에 대해 사측과 지원들 사이 충분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사협의회를 거쳤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에 대한 방침도 미리 전달했다“며 ”(한 달 치 위로금에 대해) 그게 뭐 정리해고지 희망퇴직이냐 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잔고가 없고 대출받아 지원하는 실정이다. 2달, 3달 급여로 하고 싶지만 100만원이 100명이면 1억이다. 그놈의 그 알량한 돈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끝으로 양 사장은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다시 만나면 좋겠다. 그땐 (저도) 다른 위치“라며 ”내일은 해가 늦게 뜨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NHN여행박사는 지난 4월부터 재택근무와 무급, 유급휴직을 병행했다. 7월부터 무급휴직을 진행했으나 해결이 안 돼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때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알렸다. 회사 측은 무급휴직 직원 이외 현재 근무 인원인 10명을 제외하고 250명 정도를 감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비교적 자금력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NHN계열사인 여행박사마저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NHN여행박사는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일반 내선 번호로 하는 고객 상담을 중단했다. 홈페이지로만 문의를 받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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