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치코드는 여성과 환경”

@14-1.jpg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권익과 환경 지킴이'. 변호사 시절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란 수필집을 내 얼굴을 알렸던 한나라당 오세훈(42·강남을) 의원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의 홈페이지(www.ohsehoon.co.kr)엔 '환경·노동·여성' 카테고리와 여성단체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다. 16, 18살 된 두 딸을 둔'딸딸이 아빠'이기도 하다.

오 의원은 서울 수서동에 있는 '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의 고문변호사다.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이 쉼터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여성이 사회적 편견에서 해방되는 사회를 갈구하는” 여성권익 신장론자다.

오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다보니 근로 여성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문제에 눈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제, 꼭 폐지돼야죠”

무료상담과 시중 선임료의 삼분의 일 정도만 받고 변호사 활동을 해주는 '당직변호사제도'에 처음부터 함께 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육아휴직·출산휴가를 늘리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앞장서 참여했다. “30대 여성들의 직장 이탈률이 높다는 통계만 봐도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가정을 양립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국회에 들어와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학생들과 연극 작업을 하느라 12시가 넘어 들어올 때가 많은 부인 송현옥(42·서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씨를 절로 이해하게 된다. 집에 들어가 아내가 없을 땐 가끔 허전함을 느끼지만 어느새 버릇이 돼서 괜찮다는 그다.

호주제 폐지 1만인 선언에도 참여했던 오 의원은 호주제폐지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지역구인 강남구는 예순이 넘는 노년층이 많이 살기에 호주제폐지를 주장하는 오 의원이 지역주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호주제 폐지는 정치권이 선도할 수 있다고 봐요. 이미 여론화 작업은 돼있으니까. 대신 부부가 자녀 성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좀 보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때문에 호주제폐지에 저항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은데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죠. 호주제폐지를 먼저 쟁취하고 그 다음에 부부가 자녀 성 결정하는 내용을 도입하는 식으로요.”

환경 쪽은 그의 전문영역에 가깝다. 지난 94년 국내 최초로 일조권 판례를 만들어 환경권 보장에 불을 붙인 게 그 출발이다. “일조권 판례를 만들기 위해 3년 간 고독한 투쟁을 했어요. 이 시간들이 있었기에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것 같아요.”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이 오 의원을 정치가로 만든 가장 큰 힘이었던 것.

정치철학으로 '친환경적인 푸른 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그이기에 새만금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일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여론조사에서 83%의 국민이 새만금 사업 재개에 반대했고, 지역 발전과 환경보전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를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도 환경은 모든 정책의 중심이라는 그만의 신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망가 중심 여성정치 변해야

여성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바라볼까. “여성 정치인들이 늘어나면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거예요. 여성들이 직접 정치활동을 함으로써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여권이 신장될 수 있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먼저겠죠. 부정부패 척결은 그 다음이구요.”

오 의원은 지금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에도 조금 불만이 있다. “여성계는 물론이고 여성정치인들도 명망가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어요. 그들이 장기집권 하는 사례가 많죠. 이제는 젊은 층이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도록 노장층이 그들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봐요. 여성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개선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여성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죠.”

변호사나 정치인이나 힘들긴 마찬가지라는 오 의원. 하지만 변호사를 할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그만의 원칙이 있다. “내가 변호사·정치인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가 바로 그 것. 정책을 세우고 결정할 때 언제라도 정치를 그만 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도 이 원칙이 늘 가슴 속에 있기 때문이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