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뉴시스‧여성신문

12년 이상 경력이 되는 사람들은 일정 기간 그 분야에서 일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냥 말로 그치는게 아니라 특정 직업에 한해 일할 수 있는 기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의원 3회 제한법(4연임 금지)이 그것이다. "다선의원일수록 주요 당직을 맡는 등 권한이 강해져 당 내부 공천에서 유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 따라서 다선의원 스스로 불출마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직전 선거까지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당선을 합하여 계산)은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음." 이 법안의 핵심 요지이다. 

이번 21대 국회 초선 의원은 151명이다. 재선 의원 수는 74명, 3선은 42명, 4선은 19명, 5선은 13명, 6선은 1명이다. 초선, 재선, 3선이라고 하니 감이 잘 안와 연차로 살펴보았다. 2020년 10월 기준 초선은 5개월 차, 재선은 5년 차, 3선은 9년 차, 4선은 13년 차, 5선은 17년 차, 6선은 21년 차다. 연차로 보니 6선도 입법 분야에 이제 20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사실 다선이냐 아니냐는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초선 의원 중에도 특권만을 향유하는 이가 있을 수 있고, 다선 의원 중에도 시민들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이가 있을 수 있다. 다선을 못하게 하면 정치 불신이 해결되고, 초선이나 재선 의원 비율을 더 높인다고, 노는 국회가 바로 일하는 국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심상정 의원은 4선의원이다. 평생을 노동자들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온 그를 단순히 4선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구태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진보 진영의 흔치 않은 다선 지역구 의원으로서 그의 정치 경험을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잘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반면, 올 6월 KBS에서 21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고 한다. 이 때 많은 의원들이 응답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한 초선 의원은 응답을 했으나, 보좌진의 실수였다며 응답을 취소하고 무응답 처리해주길 요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초선이라고 무조건 기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입법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든 반대하는 입장이었든 말이다. 

사실 윤의원이 제기한 일하지 않는 의원은 당에서 공천을 안주면 될 일이고, 정치 신인들의 정계 진출은 정당 인재 육성 시스템을 통해 하면 될 일이다. 정당 시스템을 개혁함으로 풀어야 할 일을, 국회의원 4선 연임을 규제함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치 불신을 해결하자고 낸 극약처방이라고 하기엔, 정치혐오를 더 양산하는 것 같아 약간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법안 발의에 나선 의원들이 ‘저는 3선 이상 자리를 탐하지 않는 사심없는 정치인입니다.’를 보여주는 것 외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내가 만난 한 민주당 지지자는 이를 “스타일 정치”라고 비판했다. 통과 안될 것 뻔히 알면서 지지자들에게 있어 보이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여당으로서 정말 필요한 일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나는 변화를 조직할 때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4선 국회의원 ⓒ여성신문

이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은 정치를 계속 아마추어리즘에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 법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의 이력을 살펴보니 윤의원을 포함해 아주 오랜 기간 직업 정치인으로서 좋은 성과를 내온 이들이 많았다. 입법부 뿐 아니라 행정부, 지방정부 등에서 내실있게 실력을 닦아온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나는 이 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오래오래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 4선이 아니라 5선도 하고 6선도 하고, 7선도 했으면 좋겠다. 이들의 의정활동을 보며 ‘우리도 존경받고 실력있는 좋은 다선 의원을 가질 수 있구나, 정치가 나쁜게 아니라 정말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구나.’를  시민들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먼저 좋은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철저한 직업 윤리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시민들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는 이들을 공천하면 된다. 3선 제한법을 발의했던 의원들이 이를 위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해낸다면, 그로 인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다면, 다른 정당들도 서둘러 그런 시스템을 갖추려 하지 않을까. 그렇게 각 정당들이 좋은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우리 정치도 좋아질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치 불신, 정치 혐오도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어쩌면 그 길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바싹 메말라 여기저기 갈라져 있는 정치적 토양을 좋은 옥토로 갈아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의 기득권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길 역시 어렵다고 안 갈 수 없는 길임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반드시 가줘야 하는 길, 이 일에 시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십시오.”라고 국회의원 3회 제한법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사실은 이 법안 발의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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