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3개 업체, 국내 중고차 판매 중
국내 업체만 막아 역차별 주장 나와
중기부 "상생방안 내놔야"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회장 곽태훈)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지난달 1일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결사 반대 1인 시위에 이어 9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가운데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사업 진출 의도를 묻자 “중고차 판매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우리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거래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으나 현직 고위 임원이 공식 석상에서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전무는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중고차 시장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신차와 동시에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완성차는 국내에서 신차와 중고차 사업을 동시에 한다”라며 “이는 신차를 잘 팔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사업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는 것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중고차 시장 규모가 약 27조원에 달하지만,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 제한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SK그룹은 SK엔카를 운영하다가 사업 확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매각했다.

결론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심의 중인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5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중기부는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 이미지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업계와 상생을 조건으로 이익 없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시장 경쟁력을 키워야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일각에선 수입차 업체는 국내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으나 국내 완성차 업체만 중고차 사업을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롤스로이스, 페라리, 포르쉐 등 총 13개 업체는 국내서 제조사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며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독일3사를 포함한 6개 수입차 업체의 인증 중고차 판매 수는 2018년 2만4577대로 2014년(4586대)보다 5배가 급증했다.

이와 반대로 국산차 고객들은 제조사가 인증하는 고품질의 중고차를 구입 할 기회가 막혀 있다. 수입차 브랜드가 자사 차량의 신차 판매부터 중고차 유통까지 책임져 품질 및 브랜드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국내산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허위매물이나 ‘고무줄 가격’, 저품질 등 구매 피해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외 현대차가 넘어야 할 산은 기존 중고차 업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변수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현대차의 시장 진출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현 시장을 붕괴시켜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며 독과점으로 중고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중고차 업계의 주장이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현재 케이카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에 불과해 굉장히 힘들다”며 “완성차 업체까지 들어오면 상생할 수 없도 3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거듭 요청했으며 대규모 거리 집회까지 공언했다.

중고차 시장은 현재 영세업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업체 수는 6000여개, 종사자는 5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측은 중고차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시기나 방식 등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