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기 힘드네요”

@14-1.jpg

유정 교수

~14-2.jpg

김을동 이사

쟁쟁한 남성 '유지' 4인, '장군의 손녀'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 배짱좋은 정치 후보생이 있다. 구경꾼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했고, 또 누구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했다. 한나라당 성남수정지구당 조직책 공모에 나선 유정(47) 경원대 생활과학과 교수가 주인공.

“여성도 당당히 지역구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1번으로 신청했습니다. 지금같은 국면에선 여성의 진출 자체가 정치개혁 아닌가요. 구태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 사람이니까요.”

수정지구당은 현재 위원장이 없는 이른바 '사고지구당'이다. 한나라당 9개 사고지구당 가운데 여성이 후보로 나선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조직책 공모엔 유 교수를 포함해 양현덕 당 부대변인, 강선장·임정복 경기도 의원 등 4명의 남성과 탤런트 김을동씨 등 6명이 신청서를 냈다.

“소식을 들으니 당 지도부가 남성을 공공연히 지원한다는 소식이네요. 말로만 여성할당 외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20년 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유 교수에게 정치는 적이 높은 '벽'이다. 여성진출을 늘리겠다고, 여성이 정치를 해야 깨끗해진다는 주변의 권유에 마음을 다잡았던 유 교수지만, 조직책 공모에서부터 '남성 우월주의'가 판치는 느낌.

“당이 물론 공정한 심사를 하겠지만, 아직도 여성을 홀대하는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이 진출해야 정치개혁 된다고 백방으로 소리질렀죠.”

그의 조직책 선정여부는 당 공직후보자추천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위원 15인 가운데 30%인 5명이 여성. 하지만 “이름도 없고 교육 일만 해온 여자에게 점수를 별로 안 주는 것 같다”는 유 교수.

비관적인 전망은 '중앙에서 미는' 남성 후보자가 조직책으로 선정된다는 시나리오. 그러나 일각에선 여성이 조직책 공모에 나선 유일한 곳이란 이유로, 유 교수 등 여성후보 2명과 남성 1명을 추린 뒤 다시 경선에 붙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성남에서만 14년째 살고 있습니다. 이곳 사정은 누구보다 훤하죠. 그런 사람이 살림하듯 지구당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유 교수가 내세우는 자신의 장점이고 바람이다. 그의 바람과 달리 '현실의 벽'은 낮지 않아 보인다.

“여성의 힘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국민과 정치인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정치를 꼭 해보고 싶어요. 첫 단추를 잘 꿰야겠죠. 하지만, 정치하기 참 힘드네요.” 희망과 허탈이 함께 섞인 그의 포부다.

탤런트, 장군의 딸로 널리 알려진 백야 김좌진장군 기념사업회 김을동 상임이사도 조직책 공모에 뛰어들었다.

김 이사는 “17대 총선에 출마해 성남수정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고자 한나라당 지구당 조직책을 신청했다”며 “부정비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정의로운 정치 구현에 일조하고 싶다”는 출마의사를 밝혔다.

김 이사는 16대 총선 당시 성남수정 지역구에서 정당지지도 3% 미만의 자민련 당적으로 출마, 21.6%(약 2만표)를 얻어 지명도와 홍보능력을 검증 받았다. 민주당 여성특별위원회 특별위원, 서울시 시의회의원, 자유민주연합 종로지구당 위원장 등 정치 경력도 만만찮다.

김 이사는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여성정책 개발로 잠재적인 여성지지자들 표를 이끌겠다”며 “민족과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 선봉에 서서 당의 이미지 개선과 정당 지지도 상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남성 후보자가 유리하다는 설이 돌고 있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내건 지역구 여성지분 할당 공약을 믿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지지세력과 한나라당 당력이 결합한다면 어떤 비중 있는 후보라도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배영환·혜원 기자ddarijoa@womennews.co.kr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